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붱 Aug 29. 2019

자칭 전업작가, 타칭 백수의 KMN 시간관리법

40분 일, 20분 휴식의 법칙

프리랜서에겐 출근과 퇴근이 없다. 말 그대로 하루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렸다. 하루 종일 일 안 하고 농땡이 칠 수도 있고, 하루 종일 놀기는커녕 밥도 안 먹고 일에만 매달릴 수도 있다. 


전업작가가 돼보자고 마음먹은 뒤부터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작가들의 에세이집을 종종 읽게 되는데 그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떨 때는 하루 종일 일만 하는 적도 있고, 또 어떨 때는 하루 종일 TV를 보며 뒹굴거리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작업공간을 따로 마련해서 일정한 시간을 정해 작업에 임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작업공간을 따로 구해서 일한 다는 건 프리랜서로서 가지는 로망 중 하나 일 것이다. 하지만 나같이 아직 남의 돈 받고 하는 일을 시작하지도 않은 프리랜서에겐 해당사항 없는 얘기다. 


작업공간은 무슨. 그냥 맨날 밥 먹고 치우고 과일 먹고 하는 식탁 테이블에 노트북 하나 올려서 전원을 켜면 그곳이 오늘의 내 작업장이 되는 거고, 남편이 매일 밤 1시간씩 게임을 하는 고사양 데스크톱 앞에 앉으면 그곳이 나의 집필공간이 된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필요한 구분은 있다. 근무시간에 대한 구분이다. 현재 나의 공식적인(?) 직업은 전업주부다. 집에서 마냥 노는 것 같아 보여도 전업주부도 나름 할 일이 많다. 청소는 물론이고 삼시 세끼 밥에, 반찬에, 가끔 장도 봐야 한다. 가계부도 정리해야 하고, 가끔 관공서나 은행 갈 일이라도 생기면 그날 하루는 그냥 날아간다고 봐야 한다. (특히 일본에서 은행이나 관공서를 가면 최소 1시간에서 3시간은 걸린다고 봐야 한다. 이에 대해선 후에 더 자세히 얘기하겠다.)


때문에 넋 놓고 있으면 의외로 글 쓰는데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때에 한 인터넷 기사에서 그 해답을 발견했다. 바로 김명남 번역가의 시간관리 비법인 40분 일, 20분 휴식의 법칙이다. 


40분 일, 20분 휴식! KMN시간관리법

그의 이름을 따 KMN시간관리법이라고 부르고 있는 이 방법은 그녀가 번역가로서 목과 허리를 챙기기 위한 방법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원리는 단순하다. 1시간을 40분과 20분으로 쪼개서 40분 동안은 일하고 20분은 휴식을 취한다. 


일하는 40분 동안은 전화나 문자도 받지 않고, 인터넷을 쓰는 상황이어도 SNS 접속은 금지다. 이렇게 40분 동안 타이머를 맞추고 일을 하다가 알람이 울리면 일을 멈추고 20분간 휴식한다. 아무리 일이 잘 되고 있어도 알람이 울리면 자리를 털고 일어나 쉰다는 것이 중요하다. 휴식시간엔 일 외의 어떤 일이든 해도 상관없다. 그녀는 이 사이클을 하루에 총 8번 반복한다고 한다. 


처음엔 뭐 저런 게 효과가 있겠어? 싶었다. 글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감하겠지만 글이 언제나 일정하게 술술 나오는 건 아니다. 어떤 날은 순식간에 A4용지 1-2페이지를 넘어가는 날도 있고, 또 어떤 날은 몇 분째 첫 문장 조차 시작하지 못하는 날도 있다. 그런데 40분씩이나 하얗게 빈 화면을 보고 있으라고? 좋은 문장이 와다다 쏟아지는 순간에 갑자기 20분씩이나 쉬라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만으로 13년째 번역가로 활동해오신 분이 그렇다고 하니 속는 셈 치고 나도 한번 따라 해 볼까? 이게 나의 첫 마음이었다. 


그렇게 KMN시간관리법을 따라 해 본 지 벌써 4일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거, 대박이다. 확실히 효과 있다. 브런치에 하나씩 쌓이는 글들이 이미 그 효과를 입증해주고 있다. 

전에 말했다시피 나는 끈기가 부족하다. 뭐 하나 진득하게 하는 법이 없다. 그랬던 내가 벌써 4일째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그것도 폰트 크기 10에 최소 A4용지 1페이지는 꽉 채우는 알찬 분량으로 말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또 고마웠다. 이렇게 쉬우면서도 확실한 효과가 있는 시간관리법을 알려준 김명남 번역가가. 


오늘도 나는 KMN시간관리법을 준수 중이다. 이제 막 2번째 사이클이 시작됐다. KMN의 1사이클이 끝나고 방금 전까지 가진 20분의 쉬는 시간에 나는 구글에서 김명남 번역가를 검색했다. 어? 여자였구나! 이름 때문에 남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와 같은 여자라는 사실에 괜히 더 친근감을 느꼈다. 트위터도 하시네? 일상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인 듯했지만 ‘가입하기’와 'Follow' 버튼을 누르는 내 손을 막지 못했다. 


누군가는 SNS가 인생의 낭비라고 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라고 생각한다. 하루 종일 제한 없이 SNS만 한다면 인생의 낭비라고 할 수 있지만 1시간에 20분씩 하루 3~4번 정도는 해도 되지 않나? 요즘 같이 스마트한 시대에 SNS에서 알게 되는 유익한 정보도 상당하다고?


그렇게 반박하는 사이 스톱워치의 알람이 울렸다. 삐비비빅! 헛소리 그만하고 이제 일하란다. 네네, 알겠습니다 시간님. 그리고 나는 지금 이 문단을 쓰는데 18분을 사용했다. 나머지 22분은 뭐하지? 아, 글에 어울리는 사진을 찾아봐야겠다. 이렇게 또 40분은 금방 지나갈 것이고 한 꼭지가 완성되겠지. 신난다! 



------------------------------------------------------------------------------------------------------

김명남 번역가가 밝히는 40+20 작업법 : https://starlakim.wordpress.com/2019/06/29/4020-%ec%9e%91%ec%97%85%eb%b2%95/

김명남 번역가의 인터뷰 내용 출처 :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899491.html




매거진의 이전글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