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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붱 Aug 31. 2019

자칭 전업작가가 된 후 달라진 일상

하고싶은 일들로만 채워진 일상의 충만함

최근 들어 제법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됐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바로 글쓰기다.


요즘 나는 꽤 성실히 글을 쓰고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냥 알아서 쓰게 된다. 예전엔 시간이 없어서 글을 못 쓰는 날이 많았다면 요즘은 글을 쓰기 위해 미리부터 시간을 비워두게 됐다. 특히 나의 글쓰기 시간은 오전으로 집중되어 있는데, 이유는 별거 없다.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침을 차려먹고 설거지를 다 하고 나면 보통 오전 8시가 되는데 그때부터 바로 쓰기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간혹 너무 피곤하면 20-3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한 뒤, 늦어도 8시 30분부터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렇게 쓰기 시작한 글은 보통 2 KMN에서 3 KMN(이에 대해서는 ‘자칭 전업작가, 타칭 백수의 KMN시간관리법’을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정도면 얼추 완성이 돼서 빠르면 11시, 늦어도 11시 30분쯤엔 한 꼭지가 완성된다. 얼추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전쯤에 나도 하나의 글을 완성시키는 셈이다.


전업 작가로 살자고 마음먹은 이상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 나 스스로가 노동의 대가로서 한 끼 식사를 즐겨도 된다고 납득할 수 있었다.


당장은 전업 작가 지망생에 불과하지만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 자주 등장하는 말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면 이미 그런 사람처럼 행동하라’를 실천 중이다. 스스로 최면을 건다. ‘나는 이제 전업 작가다. 글을 쓰지 않으면 밥도 먹지 않는다.’라고 말이다.


실제로 현업에서 활동 중인 전업 작가들은 이보다 더 글쓰기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초보 작가다. 쏟아내기만 해서는 글이 늘지 않는다. 쓰는 만큼 읽는 것도 중요하다. 때문에 하루에 쓰는 것은 지금 정도가 딱 적당한 것 같다. 나머지 여유시간은 책 읽는 것에 많이 투자한다.


어제도 전자책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을 4권이나 다운로드하고, 한 권은 알라딘 사이트에서 아예 구매했다. 요즘 같은 때는 정말 한국 도서관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다. 수많은 책이 꽂힌 책장 앞에서 읽고 싶은 책을 하나씩 빼보며 정말 좋은 책을 발견했을 때의 그 기쁨을 이곳에서는 누릴 수가 없다. 전자책으로나마 아쉬움을 달랠 뿐이다.


전업작가의 꿈이 생기고
나의 일상이 바뀌었다


오전 시간엔 주로 글을 쓰고, 오후 시간엔 청소나 빨래와 같은 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영어를 1시간 정도 공부한다. 남편의 퇴근시간에 맞춰 저녁을 차려먹고, 과일을 깎아 먹으며 다운로드한 전자책을 1~2시간 읽다가 홈트레이닝을 하고 넷플릭스에서 미드 한편을 보고 나면 밤 10시가 조금 넘는다. 싱크대 선반 위에서 말리고 있던 그릇을 수납장에 정리해두고 침실로 간다. 간혹 운동이 좀 더 길어지거나 드라마 분량이 길거나 하면 자는 시간이 조금 늦어지기도 하는데, 아무리 늦어도 11시 안에는 자려고 노력한다. 내일도 나는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서 아침을 차려먹고 남편의 출근을 배웅하고 설거지를 끝낸 다음 8시부터는 글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전업 작가라는 꿈이 생기고 나서 바뀐 나의 일상이다. 전업작가라는 꿈이 없었을 땐 이렇게까지 규칙적으로 생활하지는 않았다. 정해진 시간까지 출근해야 하는 직장이 없는 평범한 전업주부에서 최소한 정해진 시간만큼은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전업작가 지망생이 된 이후로 나는 스스로 이러한 루틴을 만들었다.


청소, 빨래, 구직활동과 같은 내가 간절히 원하진 않지만 해야만 해서 하는 일들로 채워진 하루가 아닌,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미리 시간을 비우고 일상을 그것으로 채운다는 것은 삶의 만족도를 저절로 높여줬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일상의 고마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건 이런 거였나 보다. 알바라도 해보라고 등 떠미는 대신 이런 기회를 갖게 해 준 남편에게 고맙고, 안될 거라고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대신 묵묵히 노력 중인 나에게도 고맙다. 그 흔한 지진 한번 일어나지 않고 잠잠한 오사카의 환경도 고맙고, 오전 중엔 거의 오지 않는 방문판매원에게도 고맙다.


별거 아닌 사소한 것 하나에도 괜히 고마운 마음이 든다. 무엇보다 아직은 좀 투박하고 부족하지만 하나하나 탄생하는 내 글에게 고맙다. 글은 증거였다. 더 이상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경력 단절 여성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여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주체적인 사람이 되었다는 증거. 그래서 나는 하나씩 늘어나는 글을 볼 때마다 마음이 벅차오른다.


오늘도 나는 누군가의 돈과 시간을 살 수 있는 글을 쓰는 프리랜서 전업 작가가 되기 위해 움직인다. 이렇게 나의 삶은 또다시 하고 싶은 것들로만 채워지는 중이다. 타인의 의지에 휘둘리는 삶이 아닌 나의 의지로만 행동할 수 있는 삶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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