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위하여

영화 <10점 만점에 10점>을 보고

by SUM

<파리 이즈 버닝>은 명불허전의 퀴어 다큐멘터리다. <파리 이즈 버닝>은 뉴욕의 볼 문화를 조명하며, 1980년대를 살아낸 퀴어들의 삶을 거칠지만 섬세한 손길로 담아낸 작품이다. <10점 만점에 10점>은 <파리 이즈 버닝>의 명맥을 이어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다. 작품은 뉴욕의 볼 문화를 바탕으로 자생적으로 일궈낸 동남아시아의 볼 문화와 퀴어 커뮤니티의 모습을 조망한다.

<10점 만점에 10점>은 여전히 퀴어에 대한 차별이 만연한 시대에 “감히 꿈을 꾸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들은 퀴어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배척 받고 가족에게서 내쳐진다. 고작 자신이 자신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은 꿈에 가깝다. 볼룸은 이들에게 해방의 공간이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볼룸이다.

그들이 추는 춤은 ‘보깅’으로 대표된다. ‘보깅’은 한국에서도 이미 익숙한 개념이다. 보깅은 음악에 맞추어 마치 모델들이 취하는 포즈를 모사하듯 춤을 추는 것이다. 이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소개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에 소개된 ‘보깅 문화’는 문화의 전유에 가깝다. 한국에서 보깅은 퀴어 커뮤니티가 발전시킨 장르라는 것은 배제된 채, 특별한 춤을 추는 것 정도로 해석된다. 물론 한국에 볼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이는 아직 소수자의 문화로 분류된다. 이는 마치 흑인들이 만들어낸 재즈 장르를 백인이 전유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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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점 만점에 10점>의 인물들은 이와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 그들은 과거 뉴욕의 퀴어들이 만들어낸 역사를 존중하며, 자신들의 발자취를 만든다. 자생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국가만의 특성을 더하는 것도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다른 매력 중에 하나다. 이 작품은 볼 문화에 대한 고찰을 넘어, 한 문화의 역사를 이어가는 행위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어떤 답을 제시한다.

볼문화를 다루다보니 서사뿐만이 아니라, 볼거리도 풍성하다. 각 국가에서 볼 문화를 개척한 인물들의 공연을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큰 쾌감을 선사했다. 특히 인간이 가진 젠더의 유동성을 몸짓으로 표현해낸 선의 공연이 유독 마음에 남는다.

아쉬운 점이라면, 여러 국가와 인물의 모습을 끊임없이 교차하는 과정에서 뚜렷한 서사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자체가 하나의 볼 공연에 가깝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큰 단점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여전히 퀴어가 배척 받는 세상이다. 그러나 볼 문화에서만큼은 그들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볼 문화를 넘어 이제는 모두가 내가 나로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현실에서 가능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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