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은 갱생할 수 있는가

시리즈 <그럼 네가 만들어 봐>를 보고

by SUM

<그럼 네가 만들어 봐>의 주인공 카츠오는 ‘완벽’을 추구하는 남자이다. 그는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직하여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그리고 이제 다음 스텝은 가정을 이루는 것이다. 오랜 연애 끝에 프로포즈를 결심한 카츠오. 그러나 프로포즈는 실패로 돌아간다. ‘완벽’을 추구하던 남자의 실패가 작품의 시작이다.

‘완벽’에 가까워 보이던 커플의 시간에는 언제부터 균열이 발생했을까. 작품은 과거로 시간을 돌려놓는다. 카츠오는 연인인 아유미에게 무의식적으로 여성성을 강요한다. 요리와 집안일은 당연히 그녀의 몫이다. 직장에서도 이같은 보수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남성 후배가 직접 싸온 도시락에 여자친구는 무엇을 하냐 폄하하고, 여성 후배가 밖에서 사온 베이글로 식사를 떼우는 것을 아니꼽게 바라본다.

익숙함은 무서운 것이다. 카츠오는 매일 같이 식사를 차려주는 아유미의 음식을 평가하곤 한다. 카츠오는 그녀와 함께하며 행복하다. 두 사람의 생활이 완벽하다 생각하며 결혼을 준비하는 그. 프로포즈의 순간, 아유미는 더이상 이같은 삶을 유지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은 듯 하다. 그렇게 그녀는 이별을 말한다.


이별의 시간을 견뎌내는 카츠오. 우습게도 카츠오는 아유미 자체보다 그녀의 밥을 그리워하는 듯하다. 퇴근을 하면 언제나 차려져있던 그녀의 정성이 담긴 밥상. 그러나 직장 동료와 상담을 하며 그것이 아유미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는 처음으로 결심한다. 자신이 요리를 만들어보기로. 이것이 <그럼 네가 만들어 봐>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뭐든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하지 않던가. 아유미가 쉽게 하는 것 같았던 요리들은 쉽지 않은 것이었다. 칼질을 하고, 육수를 내고, 기름에 재료를 튀기고.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는 것을 카츠오는 알게된다. 그렇게 자신이 아유미의 가사 노동에 기생해왔다는 것을 깨달으며, 아유미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시작한다.


요리의 시작은 그가 가진 정상성의 규범을 깨나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남자라면~” 또는 “여자라면~”이라는 사고를 머리에서 지워내자 후배들과의 관계도 개선된다. 사람을 성별로 분류하지 않고 개인으로 바라보게 된 카츠오는 예전과 다른 사람이다. 그렇게 그는 맨박스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알아가며 성장해나간다.


카츠오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성장담이나, 두 사람의 이별의 시간은 아유미에게도 성장의 시간이 된다. 아유미는 이별의 순간 말한다. “카츠오 씨는 모를 거야. 카츠오 씨는 모를 거고, 알아줬으면 하는 생각도 이제는 안 들어”. 두 사람의 이별에는 자신을 내조하는 아유미를 당연하게 여겨온 카츠오의 잘못이 컸지만, 한 번도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 않고 카츠오를 떠난 아유미에게도 잘못이 없지는 않다. 말하지 않으면 상대는 마음을 알아차릴 수 없다. 이별 이후 카츠오가 사회가 요구하는 남자를 연기해왔듯, 아유미도 그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좋은 여자가 되기를 선택했고 연기해왔다는 것에 회의감을 느낀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관계는 성립될 수 없다. 아유미 또한 카츠오와의 이별을 통해 한층 성장한다.


성장담을 좋아한다. 사람은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싶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나에게 어떤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가장 큰 교훈이라면, 나를 이해하고 혼자서 오롯이 서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이다. 그래야 타인과 함께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럼 네가 만들어 봐>라는 직관적인 제목에 이끌렸고, 빠른 전개에 단숨에 작품을 감상했다. 반가운 카호의 얼굴을 만난 것도 좋았지만, 타케우치 료마라는 배우를 알게 되어 기뻤다. 그는 젊은 가부장 꼰대 갱생기를 원맨쇼로 제대로 보여준다. 혼자 1980년대라고 해도 믿을만한 옷을 빼입고 다니는 것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달라진 두 사람에게는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한해가 끝나기 전에 상쾌하게 볼만한 러브 코미디를 만나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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