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이 내 곁에 없더라도

영화 <슈퍼 해피 포에버>를 보고

by SUM

나기는 말한다. “내가 잃어버린 것들이 어디에 있을까 생각하곤 해”. 나기는 곧잘 잃어버리는 사람이다. 이렇듯 나기에게 상실은 일상이다. 상실은 그 존재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가치를 묻게 한다. 라이터를 잃어버린 그녀는 별일 아니라며 길가에서 새로운 라이터를 줍고 기뻐한다. 하지만 사노가 선물로 건넨 빨간 모자를 잃어버린 순간 그녀는 패닉에 빠진다. 모자를 찾느라 그와의 약속도 잊은 채 헤매는 그녀. 여행지에서 우연한 만남으로 만난 두 사람은 서로 연락할 방도조차 없다. 사노는 그녀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 생각하며 망연자실한다. 물론 두 사람은 다시 만난다. 만날 인연은 어떻게 해도 만난다 하지 않던가. 나기가 모자를 잃어버려 약속을 잊었다는 말에 사노는 안심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사랑을 시작한다. 모자는 찾지 못 한다. 그러나 모자를 잃어버렸기에, 한 번의 기회를 놓쳤기에, 돌고 돌아 다시 만난 두 사람의 사랑은 더욱 운명적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 돌아오자. 영화의 시작에는 나기가 없다. 나기는 이유도 없이 돌연사라고 부를 법한 죽음을 맞이했다. 사노는 나기를 잃은 사람이다. <슈퍼 해피 포에버>는 그녀를 잃고 상심에 빠져, 그녀와 처음 만난 여행지를 찾아간 사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그가 여행지를 찾은 목적은 나기가 잃어버린 빨간 모자를 찾기 위함이다. 5년 전에 잃어버린 모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사노에게 모자는 나기와 같다. 이미 지나가 사라져버렸고 더이상 찾을 수 없는 존재. 모자를 찾기 위한 사노의 모습은 그녀의 흔적이라도 찾아보고자 하는 발버둥에 가까워 보인다. 상실은 돌이킬 수 없으며, 우리는 그 상실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영화는 온전한 상실을 말하는 듯 하다가, 말미에 이르러 이야기의 방향을 튼다. 영화는 두 사람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모자를, 두 사람이 묵은 호텔의 직원의 손에 남긴다. 어쩌면 넘겼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나기는 그 직원과 직접적으로 마주한 적이 있다. 혹여나 그 모자를 찾는다면, 당신이 맡아달라는 말을 그녀는 남겼다. 그렇게 나기의 상실의 기억은 공유되었고, 타자의 손에 의해 상실이 회복되었다. 나기가 잃어버린 것은 직원의 손에 남았다. 그토록 모자가 돌아오기를 바라던 사노에게 모자가 돌아가지 못했더라도 모자는 이 세상에 남아 누군가의 쓸모가 되고 있었다.

모든 상실에 익숙한 나는, 또한 그것에 천착하는 나는 이 작품을 보고 생각했다. 내가 잃어버렸다고 믿는 것들도 이 세상 어딘가에는 여전히 존재하겠구나. 어쩌면 내가 그리워한다는 것만으로도 그 존재는 남아있는 것과 마찬가지구나. 나기와 사노의 상실에 공명하며, 어떤 위로를 받았다. 내가 상실한 존재들에 대해 작은 미안함을, 그럼에도 어딘가에 여전히 머무르며 살아가고 있을 존재들에 대해 큰 고마움을 표하게 된다. 여전히 나는 그들이 그립고, 그렇게 나는 그들과 살아갈 것이며,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

[본 리뷰는 씨네랩의 초청으로 시사회를 통해 관람한 작품을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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