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일기 (1)
(에세이 아님 주의 /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일기)
풀 타임 근무를 다시 시작했다. 역시 나는 아침형인간이라 출근이 그리 힘들진 않았다. 6시 3분 칼퇴하고 지하철 + 버스 타고 뛰어 오면 저녁 6시 50분. 환기 시키고 후딱 청소하고 배고픈 아들 밥 차려주면 7시 30분. 남편 오면 남편 밥 챙겨주고 빨래도 돌리고 8시 40분쯤 되면 그제야 다리 마사지기에 몸을 의지한다. 2주간 컨디션 나름 선방했는데 어제는 눈이 너무나도 시려서 쇼파에서 졸도하면서 자다가 11시에 일어나서 양치하고 다시 잤다. 나혼산도 못 보고. 흑.
오늘 아침부터 4주간 도서관 코딩 수업을 신청해서, 부지런을 떨었다. 어제 만두씨가 반죽해놓은 스콘 12개를 굽기 위해 8시에 알람을 맞춰놓았다. 들기름에 스크램블하고, 사과 깎고 천혜향 까고, 스콘 굽고. 두 남자 밥 차려주고 씻고 9시 50분에 동네에서 차로 13분 거리인 구립도서관에 왔다. 코딩실에 오니, 동네에서 많이 보던 아이가 우리를 쳐다본다. 같은 반이 된 적은 없는 같은 학교 친구였다. 만두 씨는 신나서 그 친구 옆자리에 앉았다. 뭐든 적응을 잘하지만 - 그래도 친구 한 명 있으니, 좋은가보다.
차 안에서 만두가 물었다. "엄마는 첫 책이 1년에 몇 쇄 찍었어? 네모아저씨 책은. (어쩌구 저쩌구)" 글쎄, 1년 안에 7쇄인가, 8쇄였나 모르겠다. 대답했는데 정말 모르겠다. 예사에 다닐 시절, 예사 블로그에 증쇄를 찍으면 사진으로 기록했었다. 최근에는 못 올렸는데 다시 해야겠다. (koejejej님의 사락)
역시 인간은 부지런해야 한다. 깨끗한 도서관에 사람이 없으니 - 아.. 일할 맛 난다. 신착 도서가 뭐 있나 봤더니 - 내가 보고 싶은 책은 단 한 권도 없다. 이런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구나, 신기할 따름이다.
이번주에는 한겨레 3기 수업을 마무리했다. 퇴근하고 7시 30분~9시 30분 수업하고 집에 들어가면 기절... 이 아니고 각성이 돼서 잠이 안 온다. 물론 누우면 바로 잠이 든다. 한겨레 수업은 "태도가 보이는 에세이"라는 제목에 끌려 오신 분들이 많다. 그래서 다들 성품이 좋으신가. 합평하는 모습을 보면 많이 배운다.
5번 수업으로 큰 깨달음을 드리긴 어렵지만, 일단 꾸준히 쓰고 너무 비밀글만 쓰지 마시라 - 는 이야기로 수업을 마무리했다. 수업이 끝나면 - 나의 최애 작가님 중 한 분인 은유 작가님 인터뷰 기사를 밴드에 공유한다. 이 기사를 2015년에 썼다. 아이고. 세월무상.
[글쓰기 특집] 은유 “비밀글만 쓰면 글은 늘지 않는다” | 예스24 채널예스 - 예스24 채널예스
작가님을 1년에 한 번은 꼭 뵙는데, 작년 가을에 만났을 때 참 좋았다. 청와대길 은행잎도 많이 보고, 작가노조 활동 이야기도 듣고, 프리랜서 삶의 애환도 나누고 (당시의 나는 프리랜서로 살 생각이긴 했다). 불쑥 만나자고 하실 때 고마운데, 나도 누군가에게 그리해야 하는데 - 요즘 좀 어렵다.
3기 수강생 중 한 분이 마지막 수업날, 편지와 시집을 주셨다. 이럴 수가! 책읽아웃 오랜 청취자셨다. 공개방송도 다녀오셨다고. 이야.... !! 사적인 에피소드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나, 에세이의 글감으로 사용해도 되는지가 어려우셨나보다. 답변을 나름 구체적으로 드렸다. (-> 그 분께서 이 글을 보실지 안 보실지, 모르겠지만 - 예를 들어, 요 정도의 ㅎㅎ 에피소드, 특정인이 누군지 드러나지 않는 경우, 허락 안 구해도 써도 됩니다.)
나는 두 권의 책을 내고, 주변인의 항의는 듣지 않았는데 - 왜 내 이야기 썼어요? 하는 - (물론, 첫 책에는 직접적인 인용이 많아 - 연락이 닿는 70여 분께 메일을 보내 일일이 허락을 구했다) 이유는 뭘까. 일단 당사자는 약간의 추측을 할 수 있겠지만 - 제3자는 알아챌 수 없도록 약간의 변형을 했다. 10년 동안 알게 된 친구의 이야기를 쓸 경우, 7-8년이라고 해서 "나 맞나?" 싶게. 이렇게 쓰면 - 에세이에 왜 거짓말을 해요? 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 수 있지만 (에세이에 들어가는 모든 이야기가 100% 팩트여야 하는 건 아니다) 나는 없는 에피소드를 지어내진 않지만, 약간의 장치는 쓴다. 또 하나, 불쾌하거나 괴로웠던 에피소드를 쓰고 싶은데 - 당사자 1명이 혹시 알면 어쩌나? 싶을 땐, 이 역시 약간의 장치를 쓴 후 쓴다!! 왜냐면, 네가 잘못했으니까! 내 입장에서는 괴로웠으니까! 너가 그 글 보고 괴로웠어? 그래 - 너 좀 괴로워해야 해. (하지만 인격적인 모독을 느끼게 하는 문장을 쓰진 않는다)
일기는 자고로 짧아야 제맛인데 길어졌다. 요즘 솔직한 이야기, 솔직한 내 마음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아서 할 말이 많은가보다. 앞으로도 브런치는 내 수업을 들은 수강생들에게만 주소를 공유할 생각이고, 우연히 보게 되면 보는 것이고, 굳이 홍보를 하거나 그럴 생각이 없다.
정말이지, 브런치는 내 수업을 들은 수강생들의 글을 꾸준히 읽고 - 교류하고 싶어서 만들었다.
코딩 시간 수업 종료가 다가온다.
이제 또 엄마의 옷을 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