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써보니 참으로 어색하다. "가르친다"는 단어가 어쩐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듯.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단 한 번도 긍정의 답을 해보지 않았는데, 어쩌다 보니 글쓰기 수업을 2년째 하고 있다.
Y사에 다닐 적, 한겨레문화센터와 트레바리에서 제안이 왔었다. '말하기' 수업과 '독서 모임'. 하면 할 수도 있었겠지만, 투잡이 부담스러웠던 시기였고. 두 번째 육아휴직에 들어가려고 마음먹었을 때, OOO출판문화연구소에서 에세이 수업을 해보자고 해서, 오랜 고민 끝에 수락. (정말 험난한 첫 강의를 8주간 했고, 얻은 건 only 소중한 인연 J님) 이후 스타트업 A사로 이직했는데, A사가 슬프게도 망해 버려서 졸지에 프리랜서 신세... 놀고만 있을 수 없으니 글쓰기 수업을 해볼까나 싶어서, 한겨레에 연락해서 "지금은 할 수 있어요"라며 에세이 수업을 본격 시작했다. 한겨레는 모객이 참으로 잘되지만, 13-15명의 인원의 과제를 일일이 합평 + 첨삭해주다보니, 에너지가.... 엄청나게 소진됐다. ㅠ_ㅠ 4기인가, 5기인가까지 하고 도저히 체력이 후달려 포기. (그리고 강의실이 너무 학원 스타일이라, 너무 공부 느낌. 나는 장소가 너무너무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때마침 '서촌그책방'에서 에세이 수업을 열어달라는 요청을 받아 입문반과 심화반을 진행했다. (입문반만 다섯 번, 심화반은 세 번인가 네 번인가) - 지난해 11월에는 광명시 하안도서관에서도 4주차 수업을 진행했다.
글쓰기 수업을 마칠 때마다, "브런치든 블로그든 - 부디 공개 글쓰기를 하세요! 그래야 글이 늡니다"라고 소리를 쳤지만(?) - '브런치'를 가입하는 사람은 있어도,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나도 별로 안 쓰는 와중에 꾸준한 권유는 어려워, 가입만 해놓았던 '브런치'를 작년 하반기에 제대로 써보자고 시작했다.
브런치에서의 나의 계획은
- 너무 정돈된 글만 올리지 않고, 짧은 단상도 그냥 올릴 것
- 팔로워와 좋아요를 신경 쓰지 않을 것
- 나의 브런치 계정을 알리거나 홍보하지 않기
- 팔로잉은 수강생들 위주로만
어쩌다 나를 아는 사람이 팔로잉할 수도 있겠지만, SNS에 이 브런치 계정을 홍보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자, 부담이 훅 사라졌다. 내 처절한 하소연도 올리고, 일기 같은 조각글도 올리고. 브런치북은 만들되, 연재 요일을 너무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2025년 글친구 송년회를 마치고, 한 수강생 분께서 "브런치에서 글 쓰는 모임"을 하면 어떨까요, 라는 제안을 주셔서 덜컥 하기로 했다. 내가 장소를 대관해서 모객하는 글쓰기 모임은 처음이라, 살짝 부담이 됐지만 이 또한 너무 길게 고민하지 말자 생각하고, 모객 시작. 아홉 명이 모였다. 이번에는 네이버 밴드 대신, 카페를 활용하기로 했다. 각자 이름을 건 게시판을 만들어, 자신의 과제가 차곡차곡 모이는 걸 눈으로 볼 수 있도록. 글쓰기에 관한 좋은 글을 종종 올리고자 한다.
지난 목요일, 퇴근 후 수북강녕으로 향하는데 횡단보도에서 "작가님~~~" 나를 부르는 반가운 인사. 도보 11분 거리라 혼자 가면 심심한데, 동행을 만나니 참으로 좋았다. 총총 수다를 떨며 도착하니, 6시 30분. 이번 수업에서는 내가 최대한 말을 덜하고, 수강생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드는 것이 목표. 그 전 수업 때는 과제 첨삭을 많이 했으니 이번에는 내용 중심으로 피드백을 드리기로.
9명 중 8명이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1명은 발표 대기)
다들 한 번에 통과되어 다행, 뿌듯..... :) 독자를 만나는 기쁨을 누리는 시간들이 되길 바라며.
글친구 9명의 열혈 독자가 될 준비 완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