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친화적인 작가들을 더 좋아한다

by 엄지혜
657027897_26143850971909693_3598154617475440411_n.jpg 꽃. 꽃. 꽃.

돌베개 레터(행간과여백)

2024년 11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다양한 독자는 다시

다양한 작가를 만든다.”


_이수지, 『만질 수 있는 생각』 19쪽


“엄마 뭐 검색해?” 들켰다. 블로그에 올라온 책 리뷰를 보던 중이었는데. 일주일에 한 번은 새로 올라온 리뷰를 읽는다. 어느새 구간이 됐지만 꾸준히 리뷰가 올라오는 걸 보면 여전히 신기하고 놀랍다. 비평이든 혹평이든 단순한 발췌든 읽어줬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반갑다. 일단 스크롤을 내려 하트를 누른 다음 글을 천천히 읽는다. 오늘 본 리뷰의 첫 문장은 “개인적인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 점수가 야박하다 싶을 수도 있지만 에세이를 정말 싫어하는 제게는 꽤나 높은 점수인 것 같습니다.”로 시작된다. 앗, 에세이를 싫어하는 독자라니! 떨리는 마음으로 리뷰를 읽는다.


작가들을 만날 때면 자주 물었다. “리뷰를 찾아서 읽어보는 편인가요?” 매일 검색해본다는 작가도 있었고 작품에 영향을 미칠까 봐 전혀 찾아보지 않는다는 작가도 여럿 있었다. 집에 가는 길에 자주 생각했다. 어떻게 이 궁금증을 참지? 안 본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리뷰를 찾아봐야 내 이야기가 제대로 해석되었는지를 알 수 있지 않나? 작가라면 리뷰를 찾아보는 게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물론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어떤 리뷰들은 독이 되기도 하니까, 굳이 찾아보지 않는 편이 현명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독자친화적인 작가들을 더 좋아한다. 독자의 눈치를 살피고 변화를 체감하고 니즈를 반영하는 작가들을 사랑한다. 짧은 인사로 작가의 말을 매듭짓는 작가보다는 시시콜콜 이 작품을 쓰게 된 배경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작가가 좋다. 독자의 상상력을 지나치게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독자들의 궁금증을 미리 해소시켜주는 배려가 고맙다.


책 잡지, 책 팟캐스트를 만들 적 홀로 정했던 모토가 있었다. “독자 우선주의”, “청취자 우선주의”.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에게 가장 고마운 대상은 작가도 출판사도 아니었다. 기꺼이 시간을 내어 책을 사고 기사를 읽고 방송을 듣고 리뷰로 반응해주는 독자들.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책들은 나올 수가 없다.


“리뷰를 쓰는 게 어색해요. 혹시나 작가가 읽게 되면 기분이 상할까 봐 걱정되기도 하고요.” 얼마 전 만난 한국문학 애호가인 후배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말을 더듬었다. “어… 그런 걱정은 전혀 안 해도 되는데. 작가마다 다르기야 하겠지만 리뷰 써주는 독자만큼 고마운 사람은 없어. 난 한줄평도 좋고 뭐든 좋던데!” 열심히 부추겼더니 후배는 다음날 SNS에 리뷰를 올렸다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선배, 작가님이 리뷰를 보셨나 봐요. 하트를 눌러주셨어요. (웃음)”


작가로부터 독자가 만들어지지만, 독자도 작가를 만든다. 읽어주는 대상이 없으면 작품은 탄생할 수 없다. “어떤 이야기도 좋다”는 말은 작가들에게만 필요한 말이 아니다. 다양한 독자들의 존재를 체감할 때 작가들은 책상 앞에 앉을 힘을 얻는다.



행간과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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