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베개 레터(행간과여백)
2025년 3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_이승욱, 『마음의 문법』 86쪽
부부문제를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을 가끔 본다. 어떻게 저런 사연이 있을까, 극단의 최고점에 있는 사례들을 목격할 때마다 놀랍고 안타깝다. 어떤 일이든 쉬이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문제의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많은 경우 평온하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모로부터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해 빨리 가정을 이뤄 독립하고 싶었다는 출연자, 부모가 됐지만 여전히 자신의 부모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경우도 무척 흔하다.
“너도 부모가 되면 엄마 마음 이해할 거야”라는 말을 지겹게 듣고 자랐지만, 나는 부모가 된 후로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더 많아졌다. 착한 자식으로 인정받기 위해 애를 썼지만, 내 옆에는 언제나 잘나가는 ‘엄친아’가 있었고 칭찬과 핀잔을 동시에 마주하다 보면 어떤 말도 진짜처럼 들리지 않았다. 육아서를 읽으면 읽을수록 심리서를 보면 볼수록 이해하기 어려웠다. 지금도 이해는 힘들지만 받아들인다. 나와 다른 환경 속에서 자란 한 명의 개인으로, 이제는 쉽사리 달라지기 어려운 세대에 접어든 한 사람으로.
“알프레트 아들러가 말했다. 격려하기의 절반은 좌절을 방지하는 데 있다고. 좋은 부모 되기의 절반은 신경질, 짜증, 화를 내지 않음으로써 가능하다. 모든 신경증은 대물림된다. 자식은 부모의 증상이다. (87쪽)”
내 아이가 마흔쯤되면 부모를 어떻게 평가할까. 나의 어떤 행위와 태도 때문에 평생의 고통을 감당하고 있다면 그것은 뭘까. 내 인생 신조 중 하나는 “좋은 음식 찾아 먹을 생각하기 전에 나쁜 음식을 덜 먹자”인데,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무턱대고 화내는 일만큼은 안 하려고 애쓰는데, 정작 아이는 내게 다른 것을 바라고 있지는 않을까.
『마음의 문법』은 쉽게 읽히지만 송곳 같은 구석이 많은 책이다. 2022년에 처음 읽고는 일년에 한 번쯤 다시 꺼내 본다. 3년 전에는 이 문장에 밑줄을 쳤군, 2년 전에는 이 대목에서 울컥했네, 올해 내 눈길을 사로잡는 대목도 역시 부모 자식 문제군, 하고 생각한다.
내 마음의 상태를 알아채는 일, 오늘도 한 권의 책으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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