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베개 레터(행간과여백)
2025년 5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저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꾸려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바뀌는 방향으로 동참하면서 저를 바꾸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항상 변화를 수용해 왔습니다.
그것을 위해서 저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_ 노무현, 『그리하여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176쪽
“책이 진짜 안 팔려요.” 작년 아니, 재작년에 이어 또 들리는 이야기. 내 주변 사람들은 정말 책을 좋아하고 지갑을 잘 여는데,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도 탔고 텍스트힙(Text-Hip)에 이어 라이팅힙(Writing-Hip)이 대세라는데 책이 잘 팔린다는 소식은 좀체 들려오질 않는다.
일 년에 네 권을 펴내는 게 목표인 1인 출판사 대표는 기획, 편집, 마케팅, 제작을 혼자 감당한다. 교정, 디자인 정도만 외주를 주고 있다. 마케터로 출판계에 들어온 대표에게 나는 권한다. “브이로그라도 하시죠. 콘텐츠 잘 만드시잖아요.” 대표는 곤란한 표정으로 대꾸한다. “제가 무슨.” “아니 왜요? 충분히 스타성 있으신데. 일단 뭔가를 꾸준히 올려야 ‘아 이런 책이 만들어지는구나’ 독자들이 생각하더라고요. 책 나올 때만 짠! 하고 보여주지 마시고 과정을 보여주세요. 사진 말고 영상으로.” 2년 전, 온라인서점에서 퇴사할 때도 모 출판사 마케터에게 “더 늦기 전에 유튜브 하시죠. 직원들 모두 출동시키시고”라고 권했는데, 어느덧 준셀럽이 되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독자들로부터 사인 요청을 받는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애초부터 능력을 갖고 태어났을까? 떡잎부터 스타성이 보였을까? 그렇지 않다. 누군가 적극적으로 권했을 때, 일단 뛰어들었다. 갈팡질팡 망설이는데 에너지를 쏟지 않고 소화할 수 있는 대세라면 받아들였다. 결과는 차치해두고 경험을 선택했다. 해보고 아니면 그만둬도 괜찮다. 아무것도 안 해보고 시류를 탓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5월이라서 꺼내든 ‘노무현 전집’을 읽던 중에 평소라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문장이 선명하게 박혔다. 평범한 문장, 보통의 이야기. 하지만 따지고 보면 가장 어려운 실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있어도 솔선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요. (중략) 몰라서 안 되는 게 아니라 안 해서 안 되는 게 많은데. (370쪽)” 순간 정치와 출판이 겹쳐서 읽히는 건, 비약이 너무 심한가? 바꿀 수 없는 건 받아들이고, 동참할 수 있는 흐름이라면 일단 파도를 타보는 일. 이천이십오년 봄과 여름은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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