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궁금해서 던지는 질문은

by 엄지혜

돌베개 레터(행간과여백)

2025년 1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정말로 궁금해서 던지는 질문은

기분을 나쁘게 하지도, 사악하지도 않다”


_박혜수, 『묻지 않은 질문, 듣지 못한 대답』 10쪽


간혹 사람들에게 듣는 말이 있다. “지금 저 인터뷰하세요?”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이렇게 많은 질문을 쏟아낸 적이 없었다며, 당황스럽기도 반갑기도 한 표정으로 하는 말. 나는 초면인 사람들에게 서슴없이 질문을 던지곤 한다. 질문을 즐기는 사람은 나의 시시콜콜한 물음이 즐겁겠지만, 고요한 사색을 선호하는 사람에겐 괜한 오지랖일지 모른다.


가벼운 질문, 무거운 질문은 발신자가 누구냐, 수신자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질문은 서먹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탄생하고, 또 다른 질문들은 순수한 궁금증으로부터 튀어나온다.


공적인 공간에서는 어떤가. 강의가 끝나면 청중들은 강사의 눈을 피한다. 질문 시간이기 때문이다. “오늘 제가 강의를 잘해서 질문이 없는 걸까요?” 농을 던지는 강사는 어떤 질문도 좋으니 편하게 물어볼 것을 제안하지만 머뭇거리는 현장이 더 많이 목격된다.


“어떤 질문이 좋은 질문인가요?” 북토크 행사에서 독자에게 들었던 질문이다. “상대에게 정말 궁금해서 묻는 질문이라면 뭐든 좋습니다. 지식이 많든 적든 상관없어요. 핵심은 ‘정말로’ 궁금해서 묻는 질문인가죠.” 가끔 인터뷰 대상자가 되어 질문을 받을 때, 가장 곤혹스러운 순간은 어려운 질문을 받을 때가 아니었다. 저 질문은 그냥 묻는 거구나, 진짜 궁금한 게 아니라는 확신이 든 찰나가 괴로웠다.


며칠 전 글쓰기 수업에서 합평을 하던 중, 한 수강생이 물었다. “그런 용기는 어떻게 나오나요?” “이상적인 생각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고 쓴 수강생 P의 글을 함께 읽다 튀어나온 질문이었다. 순간 3초 정적.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거예요”라는 부연설명이 없었더라도, 나는 이 질문이 좋았다. 쉽게 할 수 없는 질문, 글을 얕게 읽었다면 나올 수 없는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궁금해서 던지는 질문은 기분을 나쁘게 하지도, 사악하지도 않다." 『묻지 않은 질문, 듣지 못한 대답』에 나오는 이 문장은 나를 오랫동안 안심시켰던 말이다. 좋은 질문을 정의해야 하는 순간, 편견 없이 질문을 마주해야 할 때 이 말을 오래 곱씹었다. 그리고 요즘 드문드문 생각한다. 우리는 왜 진짜 질문을 하지 않을까,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을사년 1월, 나는 새해 계획을 세운다. 나에게든 누군가에게 진짜 질문을 해보자고.



행간과 여백

-> 돌베개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무료 뉴스레터.

매거진의 이전글쓰는 동안은 삶을 붙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