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요시나가 미치코 吉永みち子 [번역] 소리와 글
이 글은 무사시노 미술대학의 교수이자 탐험가인 세키노 요시하루(関野吉晴)를 인터뷰한 것으로, 네 부분으로 나눠 번역하였다. "하고 싶은 일도 없이 대학에 들어갔지만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 나 자신을 바꾸고 싶었다"라고 하는 그는, 스물두 살 때 처음으로 아마존을 여행. 이후 20년이 넘도록 서른 번 이상 남미를 탐험했고 인류 이동의 종적을 좇아 위대한 여정(The Great Journey)이라고 불리는 3000킬로를 오로지 인력으로 답파. 미지의 무언가를 향한 장대한 탐험은 자신 자신에 대한 성찰의 여행이기도 했다. 사진, 부연설명(*)은 번역자가 덧붙였으며 세키노 요시하루의 말은 사각형으로 구분했다.
1년 전부터 아마존 횡단 도로 건설이 시작되어
아마존이 그 모습을 바꾸기 시작하고 있었던 바로 그때였다.
"아마존이란 곳은 탐험가가 먼저 들어가서는 안됩니다. 생존을 위해서 먹을 것을 찾아 또 장사할 수 있을 곳을 찾아 들어가죠. 물론 선교 때문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죠.
강의 원줄기를 따라 강어귀까지 내려가도 볼 수 없는 곳은 영영 볼 수 없는 법입니다.
일본다운 곳을 보고 싶다고 홋카이도에서 큐슈까지 고속도로만 연이어 타고 가 봤자 절대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강의 원줄기(本流)가 아니라 물 갈래(支流)의 또 갈래, 구석구석의 깊은 곳까지 들어가 봐야 겨우 미지의 무언가와 맞닥뜨릴 수 있는 겁니다."
세키노는 모든 강줄기를 다 타고 내려오면
다시 돌아가서 미지(未知)의 선주민들과 함께 지내보자고 마음 먹고 있었다.
그가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교류다.
하지만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있어
전혀 모르는 인간의 갑작스러운 도래는 생존을 위협하는 적의 침입일 뿐이다.
"제가 들어간 마을은
이전에 프랑스인과 미국인이 행방불명이 된 곳이었어요.
결국 그들은 살해당한 거였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서 갑작스러운 인간의 출현은 그저 무서운 것이지요.
무서우니 도망치는 것입니다.
모두 다 도망가 버리면 안 되니까
바나나 하나를 먹어도 입을 다물고 먹었죠.
생각해보면 그 행위 또한 그곳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자신들의 바나나가 도둑맞고 있는 상황인 거죠.
우리들이 그곳에 머무는 한
그들은 자기 집에도, 그들의 생존터인 밭에도 갈 수 없는 겁니다.
그래서 꼭 그들과 말이 통하는 사람과 같이 가요.
우리에게 적의가 없는 것과 우리가 나쁜 인간은 아니라는 것을 전하고 잠시만 머물게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렇게 해도 처음에는 모두 도망갑니다."
그리고 조금씩 그들과 친해 갔다.
"적응력이란
어디서든 잘 수 있고 뭐든 먹을 수 있으며
누구와도 친해질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누구와도 친해질 수 있는 능력은 제게는 없습니다만 그 부분을 도와줬던 것은 바로 시간이었습니다.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시간을 썼어요.
1년이든 2년이든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시간을 듬뿍 들이기만 하면 친해질 수 있어요. 전 시간 쓰는 것은 아끼지 않습니다. 대학을 졸업하는 데 14년이나 걸렸을 정도니까요."
히토츠바시 대학 법학부를 졸업하는데 7년.
그 후 사회학부로 편입했고
또 요코하마 시립대학 의학부에 입학해서 의사 면허도 땄다.
그 사이 도합 14년간 학생이었던 셈이다.
의학부에 뜻을 둔 것은 여행을 간 곳에서 생면부지의 사람을 묵게 해 주고 먹여 준 사람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뭐든지 돕겠습니다라고 했지만 결국 방해만 될 뿐이었습니다. 의사가 되면 병든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아마존에서 수험공부를 했죠. 모두들 일찍 자니까 텐트에서 공부할 시간이 잔뜩 있었습니다."
20년간 남미로의 답사를 반복하고 있는 사이
일본인과 많이 닮은 사람들과도 만났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하는 의문은 이윽고 그들의 여정을 거슬러 올라가는 "위대한 여정(The Great Journey)"의 모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