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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와 글 Jul 20. 2016

인류의 발자취를 여행하다(4)

[글] 요시나가 미치코 吉永みち子 [번역] 소리와 글

이 글은 무사시노 미술대학의 교수이자 탐험가인 세키노 요시하루(関野吉晴)를 인터뷰한 것으로, 네 부분으로 나눠 번역하였다. "하고 싶은 일도 없이 대학에 들어갔지만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 나 자신을 바꾸고 싶었다"라고 하는 그는, 스물두 살 때 처음으로 아마존을 여행. 이후 20년이 넘도록 서른 번 이상 남미를 탐험했고 인류 이동의 종적을 좇아 위대한 여정(The Great Journey)이라고 불리는 3000킬로를 오로지 인력으로 답파. 미지의 무언가를 향한 장대한 탐험은 자신 자신에 대한 성찰의 여행이기도 했다. 사진, 부연설명(*)은 번역자가 덧붙였으며 세키노 요시하루의 말은 사각형으로 구분했다.



"위대한 여정"을 위한 준비 기간은 세키노가 처음으로 일을 하고 있었던 시기기도 했다.


무사시노 적십자 병원, 타마가와 종합 병원의 근무의로 

의료에 몸담고 있었던 3년.


세키노는 어디에도 가지 않은 채 

그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1993년


그는 병원을 그만두자마자

바로 남미 최남단의 나바리노 섬*으로 떠났다.


인류의 발자취를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길고 긴 여정의 시작이었다.

*나바리노 섬:칠레의 최남단에 있는 섬


"인류의 기원은 지금은 700만 년 전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처음 아프리카를 나온 것은 6만~7만 년 전이예요.

그때는 모두 아프리카의 강렬한 자외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멜라닌 색소를 많이 지니고 있었던 흑인이었죠. 그럼 어떻게 백인이 생겼을까.

아프리카에서 나오는 중에 
북유럽으로 건너간 사람은
자외선이 적은 곳이니 흑인인 채로는 비타민D가 부족했겠죠.

그러니 긴 시간을 걸쳐 멜라닌 색소를 제거해 갔던지
아니면 변종인, 멜라닌 색소가 없는 인간이 살아남았던 건지.

몽골로이드의 기원을 더듬어 갈 작정이었지만 여행이 끝났을 즈음, 몽골로이드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고 말았어요. 근원을 밝힌다면 모두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인류라고 할 수 있겠죠."

세키노가 "위대한 여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을 시작한 1993년은

냉전 체재가 끝나고

걸프 전쟁이 종결된 직후였다.



종착점인 아프리카에 도착한 2002년은 

이라크 전쟁이 수렁에 빠지기 직전.


"냉전 시대였다면
국경의 끝에서 끝까지 인력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해요.
전쟁이 시작되면 지나갈 수 없는 지역이 생기고요.

전쟁이 잠시 멈춘 틈을 타서 달성한 여행이라 지금은 불가능하겠죠."


7만 년이라는 세월과

몇 백 세대의 인간의 역사를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거슬러 올라갔던 그 여행을 마치고


세키노에게는 두 번째 직장이 생겼다.


무사시노 미술 대학에서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문화인류학을 가르치는 일.



인간은 왜 이동했고 또 어떻게 퍼져 나갔는 가?


썰매나 카누, 자전거를 타고 

5만 킬로 이상을 달렸던 여행에서 세키노가 내린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저 산을 넘어가면 뭐가 있을지,
또 이 강을 건너가면 더욱 행복해질 수 있겠다, 그런 호기심이나 향상심이 인간을 움직였다고 그 전엔 생각했지만 지금은 조금 달라요.

만약 그 정도였다면 가장 멀리 간 인간은 진취적인 기상이 넘치고 
호기심, 향상심 또한 넘칠 정도여야 되는데
나바리섬 사람들은 온화해요. 오히려 연약하죠.

인구가 늘어나서 약한 부분이 밀려 나가듯이 이동한 것.
사냥도 못하고 공격할 수도 없는 사람들이 점점 밀려 나온 것이 아닌가 싶어요.

약한 인간이 밀려 나가버린 셈이지만 그것은 좋든 싫든 개척자가 된 것이니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문화를 만든 셈이죠. 때로는 쫓아낸 자보다 강해지는 경우도 있었을 거예요."


일본도 사방이 바다에 막힌 섬 나라.

이곳에 도착한 사람들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위대한 여정"을 마친 세키노의 관심은


일본인의 기원으로 이어졌다.


시베리아에서 사할린을 경유하여 홋카이도(北海道)에 도달한 북방 루트,

히말라야 남쪽에서 인도차이나반도, 조선반도를 경유해 규슈(九州)에 도달한 남방 루트,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난세이 제도(南西諸島)*를 경유해서 규슈 남부에 도달한 바다 루트.

큐슈(九州) 남단에서 타이완(臺灣) 북동단 사이에 배열된 열도


교단에 서는 일을 계속하면서도

여름방학 등을 이용해 북방 루트, 남방 루트를 더듬어 가고

1년을 휴직하고 바다 루트까지 더듬어 가는 여행을 준비했다.


"학생이나 졸업생도 준비에 참가합니다.

죠몬(縄文) 시대*의 배가 발견되었으니
그것에 토대를 두고 자연 재료로 배도 학생들과 같이 만들어요.

철도 사철에서 전통적인 제조법인 타타라 제철 기법으로 만들죠.

지금 주변을 돌아봐도 자연 재료로, 인간만의 힘으로 만든 것은 찾아볼 수가 없잖아요.

평생 그런 건 안 해도 되지만
지금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은
자연에서 직접 무언가를 채취 해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경험해야 해요.

그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배우게 되니까요.

인도네시아의 젊은이들도 거들어줘서 함께 생각하며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단지 머리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직접 숲 속을 거닐며 체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것이 숲과 바다니까요."


죠몬시대:일본의 선사시대 중 BC 13000년경부터 BC 300년까지의 기간


아들이 안정된 생활을 하길 원했던 어머니는 

결혼이라도 해서, 아이라도 낳게 되길 

기대하다가 아흔 살에 돌아가시기까지 


"또 어딜 가는구나"하고 걱정했었다. 


지금은 결혼해 부인이 있는데

부인 또한 갈 때마다 반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본다면 이런 인간도 있어도 된다고 하겠지만 그게 자기 남편이나 딸의 아버지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그래도 그런 걸 생각하며 여행을 떠난 적은 없어요. 그런데도 여행이 끝나갈 즈음에는 항상 그다음 여정을 생각하죠. 그런 생각이 안 날 때가 되면 그만두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세키노의 여행은 

아무래도 끝날 기미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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