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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와 글 Aug 24. 2016

다음 세대에 전해 줄 盆栽의 매력(1)

[글] 요시나가 미치코 吉永みち子 [번역] 소리와 글

이 글은 분재가(盆栽家) 야마다 카오리(山田香織)를 인터뷰한 것으로, 다섯 부분으로 나눠 번역하였다. 분재(盆栽)는 간단히 "나무를 분(盆)에 심어 가꾸는 일"이나, 단순히 "심는"것이 아니라 대자연의 풍경을 하나의 나무로 표현하는 것이다. 즉 작은 분(盆) 속에 대자연의 운치를 꾸며내는 것이 그 본질(本質)이라고 할 수 있다. 야마다는 최초의 여성 분재가로 자유로운 발상의 [새로운 창작 분재]의 발판을 마련했다. 사진, 부연설명(*)은 번역자가 덧붙였으며 야마다 카오리의 말은 사각형으로 구분했다.





사이타마시 키타쿠 본사이 마찌(盆栽町, 분재 마을)

그 이름처럼 관동 대지진의 피해를 입었을 때

동경의 분재 업자들이

재기를 위해 집단으로 이전해 만든 마을이다.


전성기에는 서른이 넘는 분재 업계가 처마를 잇대고 늘어서 있었지만

지금은 불과 다섯 업계가 남아 그 흔적을 지니고 있다.


그중 한 곳이 에도시대 가에이(嘉永,1848~54년)에 창설되어

유서 깊은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세이코우엔(清香園).

[채화 분재 彩花盆栽]의 종갓집인 이곳의 5대째 분재가 야마다 카오리

400백 개가 넘는 분재와 70종 이상의 수목을 다루는 세이코우엔의 외동딸이다.


남자가 가업을 잇는 세계에서 여성의 분재가(盆栽家) 자체도 드문 일일 뿐만 아니라

여성이 그 업계의 당주가 되는 것도 분재 업계에서는 최초의 일.


게다가 한 분에 한 나무(一盆一樹)를 심는 것으로

자연의 풍경이나 계절감을 표현하는

분재의 본질로서는


꽃과 분재를 조합한 [채화 분재 彩花盆栽]

사실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오랜 세월 빚어진 형태를

그것도 세 군데나 한 번에 깨뜨리다니

선구적이며 강한 의지를 지닌 여성이려니 하는 것은 너무 판에 박힌 생각인가.


쿠리하라 하루미(栗原はるみ, 요리연구가) 디자인의 검은 에이프런 차림으로 나타난 야마다

내성적으로 보였으며 아주 조용했다.

당주라든가 종갓집이라든가 개혁자라는 강렬한 이미지보다

귀한 집 따님이나 사모님이라 부르는 편이 어울릴 것 같았다.


구리로 만든 물뿌리개로 물을 주고 있는 야마다에게 다섯 살 된 아들이 찰싹 붙어 있었다.


"확실히 동업계에서는 이단이겠죠.

그래도 남자만의 세계에서 남자 이단자가 아니라
여자 이단자라 받아들여졌는지도 몰라요. 어머 미안해요, 미안이라는 느낌으로 말이죠."

 

이단이라는 깃발을 들고 정문을 억지로 여는 것이 아니라

슬쩍 들어가서는 "어머 이거 안 되는 거였어요? 미안"하며 미소 지었다고 한다.


수목(樹木)의 강함과는 다른,

풀 같은 나긋함과

어떤 틈이라도 피어 버리는 강인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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