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웃, 마저씨

원주민들의 텃세?

by 지집아이

# 제주도민이 된 서울 촌년 2.


오래전, 한 남성 블로거가 작성한 글을 읽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주제는 '제주도 원주민의 텃세'. 그 블로거는 '짧은 기간이지만, 직접 살면서 겪은 생생한 경험담'이라며 마치 울분을 토해내듯 글을 써 내려갔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제주도 원주민들은 인사를 해도 잘 받지 않으며 냉랭하다.
- 모르는 사람이 이사 오면 힐끗힐끗 집안을 염탐한다.
- 시골 인심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야박하고, 말이 거칠며, 불친절하다.
- 외지인이 장사를 시작하면 못마땅하게 보고, 돈을 많이 벌면 시기한다.


나는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걱정이 밀려들었다. 말로만 듣던 '가짜 뉴스'가 이런 거구나 싶었다. 물론, 제주도도 사람 사는 곳인데, '좋은 사람'만 있겠는가. 하지만, 이 글의 가장 큰 문제는 '일반화'였다. 마치 제주도 원주민들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적어놓다니.


3년째, 제주도민으로 살고 있는 나에게 '이 글이 사실이냐.' 물어본다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내가 만난 원주민들은 이러지 않았다고. 난 그저 블로거가 단단히 오해한 것이라 생각한다. 서울 촌년인 나도 '움찔'한 적이 있었으니. 하지만, 조금만 마음을 열고 들여다보면 꼬여버린 오해는 아주 쉽게 풀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나의 이웃인 '마저씨'를 소개하려 한다. 마저씨는 ‘마동에 사는 아저씨'를 부르기 쉽도록 내가 만든 그의 애칭이다. 평생 제주도에서만 살아온 '토박이'이자, 공무원이었던 자신의 과거를 자랑스러워하는 '택시 기사'이며 산과 술을 좋아하는 '츤데레' 아저씨다. 그는 부끄러움이 많아 눈도 잘 못 마주치고, 인사도 받는 둥 마는 둥 하지만 우리 집 앞에 귤 자루를 말없이 투척하고 가거나, 명절 선물로 한과를 챙겨줄 만큼 다정한 사람이다.


물론, 마저씨 성격이 모든 원주민의 성격이라고 할 순 없다. 다만, 내가 만난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마저씨'와 비슷한 성격을 가졌기에 대표로 한 명을 뽑아 설명한 것뿐이다. 제주도 원주민들은 대부분 '마저씨'처럼 잘 웃지도 않고, 말을 살갑게 하지도 않지만 자신의 방식대로 상대를 챙기고 배려한다. 가진 것을 나눌 줄 알고, 도움이 필요할 땐 기꺼이 두 팔 걷고 나서 주는 사람들, 내가 만난 원주민은 전부 그런 사람들이었다. 특별할 것도 유별날 것도 없는 우리와 똑같이 '평범한 사람들' 말이다.


그런데도 주위에선 '제주도 텃세'에 대해 자주 묻는다.


"제주도 사람들이 억세서 어울리기 쉽지 않다며?"

"외지인을 엄청 경계한다더라. 정말 그래?"


이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나는 그들에게 반문한다. '네가 살고 있는 아파트 이웃과는 친하게 지내?', '옆집에 누가 이사 오면 네가 먼저 가서 인사하니?'라고 말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시골'로 이사 오면 주변에서 챙겨주고 반겨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대체 왜, '시골 인심'이란 말을 본인들 유리한 쪽으로만 생각할까? 이런 잘못된 의식 바탕에는 대부분 제주도의 역사를 모르는 '무지함'이 깔려있다.


한 번 생각해봐라. 제주도 사람들은 옛날부터 외지인들로 인해 수도 없이 고통받았다. 대표적인 것이 4.3 사건 아닌가. 육지에서 온 군인과 경찰들이 죄 없는 제주도민들의 목숨을 앗아갔는데, 당연히 경계하고 의심하지 않겠냔 말이다. 배 타고 들어온 양반들도 죄다 잘못을 저질러 유배 온 쉽게 말해 '범죄자'였다. 그런 그들의 역사를 안다면, '경계한다', '염탐한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을 것이다. 고된 뱃일과 물질로 겨우겨우 숨을 불어넣으며 살아온 이들에게 '냉랭한 표정', '불친절한 말투'를 비난할 수 없을 것이란 말이다.


이제 다시 묻고 싶다. 그 남성 블로거에게 그리고 그와 같은 생각을 했던 이들에게.


아직도 제주도 원주민들이 텃세를 부린다고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