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어디에서 온 걸까

일상을 여행처럼

by 이피디


"우리는 여행을 떠나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여행이 삶 자체라면

우리는 그때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언젠가 '나 참 행복하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내 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감사함을 더했던 적이 있었다. 아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노을을 뒤로하고 지하철로 걸음을 재촉하던 퇴근길이었을 거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바람이 기분 좋게 머리카락을 건드렸고 내 손엔 누군가를 위해 정성스레 준비해 놓은 선물이 들려있었다. 고심 끝에 결정한 내 선물을 받고 기뻐할 그이의 표정이 눈에 선해서였을까. 고단했던 하루 끝에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던 걸까. 아니면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이 퇴근길이 왠지 내가 아주 어렸을 적 꿈꾸던 어른의 나의 모습과 너무 닮아서, 새삼스럽게 스스로 꽤나 기특했던 걸까. 사실 그 행복함이 어디에서 왔는지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조심스레 예측해보건대 행복을 충족시키는 특별한 조건이 있었다기보다,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였으리라.


파리를 여행하던 길에 여행 두 달째에 접어든다는 어머니 뻘의 한 아주머니와 만났다. 그녀는 유럽을 여행 중이었고 마지막 일정인 산티아고 순례를 위해 내일 파리를 떠난다고 했다. 한 남편의 아내이자 아이들의 어머니인 그녀가 이렇게 오랜 시간 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정확히 말하면 그 결단과 용기가 대단하고 멋져 보였다.


"정말 멋지신 것 같아요. 제가 아주머니 처지였으면 감히 상상도 못 할 일이었을걸요."


그러자 그녀는 내게 말했다.

"진짜 멋있는 사람은 일상을 잘~ 살아내는 사람이야. 그게 진짜 멋있는 거야.

여행을 재밌게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 하지만 일상에서 행복하기는 쉽지 않지."


그녀는 내가 아직 어려서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여행을 떠나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여행이 삶 자체라면 우리는 그때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일상 속에서 감사함을 찾으며 행복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시선을 조금만 틀어 나름의 방식대로 잘 살아내는 것, '지금 나는 행복하다' 생각하는 것, 일상을 여행처럼 만드는 이런 시선의 차이가 진짜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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