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에게 쓰는 편지
누군가에게 내 글을 보여준다는 사실이 부끄럽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건 아마도 제가 쓴 글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겠지요. 간신히 용기 내어 글을 올렸다가도 반응이 없으면 괜히 주눅 들어 '작가의 서랍'으로 초고속 전락되기도 했어요. 그러나 누군가에게 읽히지 않는 글은 아무 의미가 없더군요. 서랍에 자꾸만 쌓이는 글들을 보며 '하고 싶은 말만 할 거면 일기장에 쓰라'는 말을 이해하게 된 거죠. 글은 독자들에게 가 닿을 때 그 의미가 다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사실 그리 오랜 일이 아닙니다.
문득 그런 날이 있었어요. '나는 계속 글을 쓰는데 읽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드는 날. 조회수는 미미하게 올라가는 것 같은데 독자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을 때, '누구를 위하여 글을 쓰나' 고민했습니다. 읽는 이도 없는데 계속 써야 하나, 작가로서의 자질이 없나 하는 자괴감마저 들던 때였죠. 그렇게 독자를 향한 갈증이 깊어질수록 정답을 확신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읽는 이도 없는데 글을 써야 하나' 고민했던 마음에 답이 있었어요. 내 글은 독자를 위해 존재하고 그래야만 의미가 다한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된 거죠. 제가 자꾸만 하얀색 백지 앞에 서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많은 독자가 있으면 물론 더없이 행복하고 감사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단 한 사람이라도 제 글을 통해 진정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고 삶의 따스함을 엿볼 수 있다면 그걸로 제가 글 쓰는 이유는 이미 충분하다고 믿어요. 그런 의미에서 글에는 참 대단한 힘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리고 이런 멋진 일을 하는 제가 자랑스러울 때가 많아요. 그런 만큼 읽어주는 독자분들께 고마울 때도 많고요.
읽는 이가 쓰는 이를 있게 합니다. 오늘도 저의 글을 읽으러 와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작가로서의 제 삶에 들어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더 깊이 사유하고 더 깊이 성찰하는 '글 쓰는 사람'이 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