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계절은 항상 애틋하다
당신을 보면 어떤 계절이 떠오르냐는 말에 나는 여름이라고 대답했다.
하얗게 웃는 너의 미소가 꼭 여름날의 태양을 닮았다고 했다.
너와 자주 함께 거닐던 신사역 8번 출구에 낙엽이 질 때면 나는 우리의 여름을 생각한다.
오후 내 달궈진 아스팔트가 그 열기를 식히고
제법 서늘한 바람이 우리가 맞잡은 손 틈새로 지나갈 때마다 너는 말했다.
'가을이 오려나 봐'
몇 번의 여름과 몇 번의 가을. 몇 번의 계절과 만나고 이별하며 우리는 서로를 확신했다.
숱한 날들, 너와 내가 나눈 공기, 온도, 냄새 안에 우리의 감정 또한 있어서였을까.
아마 그 안에 사랑스러움이 있고 질투가 있어서, 행복이 있고 절망 또한 있어서였을까.
지나가는 계절은 항상 애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