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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피디 Oct 01. 2019

책을 선물하는 사람

근사한 마음 

책 선물은 나에게 수만수억 활자들의 묶음, 혹은 만 삼천 원짜리 종이 덩어리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내게 책을 건네기까지 상대방이 했을 크고 작은 고민들을 헤아리는데에서 왔다. '어떤 문장에 밑줄을 그을까, 작가의 이데올로기에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일까, 감명 깊게 읽을 목차는 어디일까'.


이런 고민 속엔 당신과 내가 만나는 접점이 있다고 믿는다. 당신의 세계를 감동시킨 이 문장들을 나에게 건네는 행위는, 그 세계 자체가 나에게로 전달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당신의 밑줄과 나의 밑줄이 겹치는 지점, 우리의 세계가 만나는 접점이다. 어쩌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만큼이나 농도 짙은 행위의 일환일지 모른다.


오늘 점심메뉴를 고민하는 것도 귀찮은 일이 되어 떠넘기기 바쁜 세상에 기꺼이 내 자리를 내어주어 고맙다. 제목만 보고 집어 든 책이라 할지라도 나의 기쁨을 짐작해주어 고맙다. 단언컨대 근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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