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일
매사에 신중한 편인 나에게도 무모하던 시절이 있었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할 수 있었던 시절. 모든 일이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으로 나뉘던 시절. 철도 없었지만 겁 또한 없이 살아가던 때. 세상에서 내 감정보다 중요한 게 없던 나의 20대가 그랬다.
반면 어른이 되어갈수록 겁쟁이가 되어간다. 먼저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한 템포 쉬었다가 가는 버릇이 생겼다. 이게 올바른 선택인지 다시 한번 고민하고 리스크가 없는지를 확인한다.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면, 정말 원하는 일일지라도 잠시 접어두는 쪽을 택한다. 인내심이 생긴 것이다. 특히 결혼 후 이런 신중함은 더욱 커졌다. 아무래도 혼자일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니 기꺼이 그럴만하다고 여겼다.
함께여서 비로소 알게 된 것들 중에는,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일'이 있다. 뒷일 따위는 생각지 않고 모두 저지르고 봤던 과거에 비해 조금은 심심한 것도 사실이지만,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일에서 나는 삶의 다정함을 느낀다. 따사로운 온기를 느낀다.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항상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발맞추어 걷게 된 날들.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생겨났을 때 나는 겁쟁이가 되었고, 그런 겁쟁이의 삶은 꽤나 근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