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ng : 분식집 실종 사건
지갑에 동전을 넣고 다닌 지 한참 됐다. 일단 현금으로 결제할 일조차 없다. 학창 시절엔 분식집에서 컵볶이 하나 먹으려고 오백 원짜리 동전 하나씩은 가지고 다녔는데, 요샌 오백 원으로 살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초등학교와 중학교 앞에 있던 분식집도 고등학교 앞에 있던 토스트집도 지금은 다 사라지고 없다. 가게 임대료도 많이 올랐겠지만 학생들의 생활권에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한 것도 영향이 있었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문화가 어느샌가부터 당연하게 자리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저렴한 음료와 마카롱, 크로플 등 각종 신상 디저트가 유행하면서 분식집 떡볶이를 밀어냈다. 이제 분식집은 소수 프랜차이즈만 살아남았다. 요즘 학생들은 떡볶이 하면 냄비 모양 일회용 용기에 담긴 비엔나소시지와 치즈가 가득한 떡볶이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종이컵에 담은 떡볶이를 기다란 이쑤시개로 찔러 먹던 추억은 옛날 일이다.
코로나 사태가 한창일 때 길거리에서 떡볶이를 팔던 포장마차와 분식점이 하나 둘 문을 닫았다. 떡볶이가 담긴 플라스틱 용기를 싣고 내달리는 오토바이만 있을 뿐이었다. 이제 분식집의 기름때 묻은 메뉴판 대신 모바일 앱 속 보정을 거친 깔끔한 메뉴판이 더 익숙하다. 튀김에 떡볶이 국물을 붓냐 마냐를 고민할 필요도 없다. 언제 어디서나 맛있는 떡볶이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오백 원어치 종이컵이나 이천 원어치 녹색 플라스틱 그릇이 아니라 만 이천 원어치 하얀 플라스틱 용기지만 말이다.
가끔 오백 원과 맞바꿔 먹던 컵볶이가 생각난다. 종이컵 두 개를 겹쳐 담아도 뜨거워 컵 주둥이를 잡고 호호 불어 나무 이쑤시개로 찍어 먹던 그 맛과 그 시절 내가 떠오른다. 인근 학교의 각종 스캔들이 빼곡했던 분식점 벽면에 네임펜으로 남겼던 내 이름과 날짜는 지워졌을까, 페인트로 덮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