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31일 목요일
라파엘 대천사 (로열블루)
by Redsmupet Dec 31. 2020
Keynote : 창조적 가능성을 형상화할 수 있는 인식의 명료함과 존재의 보다 높은 에너지
Affirmation : 직관은 내가 더 명확히 들을 때, 더 분명히 볼 때, 더 확실히 맛볼 때 피어납니다. 숨겨져 있는 모든 것이 명확해집니다.
블루 중에서도 심연을 담은 로열블루가 좋다.
맑은 하늘에 보이는 태양은 눈이 부셔서 바라보기 힘들다. 하지만 깊은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은 쏟아질 듯 빛나도 바라볼 수 있어서 심연을 담은 로열블루가 좋다.
필리핀의 아름다운 섬 보홀로 가족여행을 간 적이 있다. 모든 것이 아름다운 곳, 그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밤에 있었다. 달도 뜨지 않은 컴컴한 밤, 그곳에 아름다움이 숨어있었다.
그날은 카약을 타고 반딧불이를 체험하기로 되어있었다. 칠흑 같은 어둠, 리조트에서 차로 꽤 갔던 것 같다. 어두운 밤, 시커먼 물, 그 위에 둥둥 떠있는 카약에 발을 내딯는게 어쩐지 좀 무서웠다. 모든 게 시커매서 좀 두려웠다. 하필 달도 없던 날. 엄마는 결국 카약에 오르길 포기했다. 무서워서 그냥 선착장에 남기로 했다.
적막한 어둠 속에 노 젓는 소리만 들려왔다. 온통 시커먼 허공, 살짝 지루해질 때쯤 눈 앞에 무언가 반짝이는 점들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앞서 가던 카약에서 탄성이 들려왔다. 뭐지? 수많은 크리스마스 트리에 둘러싸인 것 같았다. 달이 없는 밤하늘엔 어느새 별이 가득했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졌다. 나는 쏟아지는 별빛 가운데 있었다. 달이 없어 무서웠던 밤은 달이 없어 황홀한 밤이 되었다.
깊은 어둠이 가져다준 선물 같은 밤, 그래서 나는 로열블루가 좋다.
깊은 어둠 속으로 데리고 갈 배가 여기 한 척 준비되어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선착장에 남거나 배를 타는 것 둘 중 하나.
달도 없는 어둠 속에서 경험한 반딧불이를 기억하며 나는 배에 오른다.
깊은 어둠이 아니라면 보기 힘든 것,
이번엔 바깥이 아닌 안에서 그걸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