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8일 금요일

Physical Rescue (블루/ 로열블루)

by Redsmupet

Keynote : 우리 자신의 물질성에 대한 평온함. 내면과의 평화로운 커뮤니케이션.

Affirmation : 나는 완전하다. 나는 모든 측면들을 나의 존재 안으로 통합한다.


융은 작은 소녀의 시신을 본다. 끔찍한 피투성이.

소녀의 신 옆에 베일을 쓴 여자가 말없이 서 있다.

그녀는 융에게 아이의 간을 먹으라고 말한다.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아이의 배가 열릴 테니 거기서 아이의 간을 꺼내서 먹으란다.

끔찍한 상황, 끝내 거부하지 못한 융은 아이의 간을 꺼내서 먹는다. 구역질이 나는 걸 꾹 참으며 아이의 간을 삼킨다.


목요일 칼 융의 <레드북> 수업, 그의 적극적 상상 속에서 깊은 어둠으로 내려간 융을 만났다.

간을 먹는 행위,

구미호가 생각났다.

산 사람의 간을 먹는 구미호.

간은 생명의 본거지를 상징한다고 한다. 사람의 생명이 깃들어 있는 정수, 간을 먹고 사람이 되려는 구미호.

사람이 되려면 산 사람의 간 100개를 먹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구미호는 99개의 간을 먹고서 마지막 1개를 채우지 못한다.

구미호의 표적이 된 100번째 사람에게는 해피엔딩, 간발의 차로 사람이 되지 못한 구미호에게는 새드엔딩.


구미호는 왜 그렇게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

사람이 되는 게 뭐가 그리 좋다고.

천년 묵은 여우는 거의 신적인 존재다. 초능력을 지닌 초자연적인 존재.

사람은 거꾸로 그런 존재를 꿈꾸지 않나?

아이러니다.


그런데 사람이 되고 싶은 건 구미호만이 아니다. 많은 옛이야기에서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귀신을 만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 그 몸을 살고 싶어 하는 귀신을 보게 된다.

몸이 뭐길래?

온전히 몸을 통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게 어떤 것이길래 인간의 몸을 가지지 못한 존재는 그 몸을 갈구하는 것일까?


아무래도 몸을 가졌다는 건 특권인 것 같다.

이 특권을 유지하려고 우리는 또 다른 몸을 먹는다. 식물의 몸을 먹고, 동물의 몸을 먹고, 내 감각이 닿는 곳에서 만나는 경험의 몸체를 먹는다.

다른 몸을 먹지 않은 채 나의 특권, 나의 몸을 지닌 존재로 살아갈 수는 없다.


구미호가 한 사람의 간을 먹는다. 한 사람의 경험을 먹는다.

구미호가 또 한 사람의 간을 먹는다. 한 사람의 세상을 먹는다.

구미호가 다른 사람의 간을 먹는다. 그 사람의 생을 먹는다.

100명의 간, 100개의 세상, 100명만큼의 생이 사람의 살로 살아난다.

100명의 생, 그 생의 살로 만들어진 사람의 몸, 그 안으로 구미호가 들어가면 구미호는 사람이 된다.

몸을 갖게 된 구미호,

감각이라는 걸 처음으로 경험한다.

생각이 만들어낸 느낌이 아닌 몸이 경험하는 세상, 그 물질성을 처음 만난다.

하나의 몸, 하지만 수없는 미세한 존재들의 집합, 그들의 움직임이 경이롭다.

드디어 온전해진 것이다.


구미호는 나인지도 모른다.

내가 먹어야하는

100개의 간,

100개의 세상,

100개의 생,

생각으로는 먹지 못한다.

먹는 건 행위다.

행위를 통해 나는 온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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