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6일 화요일

엘 모리야 (페일 블루)

by Redsmupet

Keynote : 나의 의지가 아닌 당신의 의지, 위로부터의 커뮤니케이션이 자아를 통해 오도록 허용한다.

Affirmation : 나는 내면 깊은 곳에서 '나의 의지가 아닌 당신의 의지'를 나에게 조용히 말한다.


몸치.

대책 없는 몸치다.

그래서 몸을 자유롭게 움직여보라는 말이 제일 어렵다. 누군가 나에게 자유롭게 몸을 움직여보라고 하면 몸이 대책 없이 굳어버린다. 그 시간이 너무 어색해서 오그라들어버릴 것만 같다. 음악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는 이들을 보면 신기하면서도 부럽다.


정말 몸이 음악을 따라 저리 움직여지는 거야? 그럴 수도 있는 거야? 저들은 되는데 나는 왜 안되지?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움직이라는 매뉴얼이 있을 때라야 몸을 움직여볼 용기가 난다. 매뉴얼에 따른 몸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익혀서 애쓰지 않고도 몸동작이 어느 정도의 시간을 채우게 되면 그 움직임 속에서 묘한 해방감을 느낀다.


몸이 움직인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몸이 음악을 따라갈 때 이런 기분이구나!


하지만 그 정도까지 되려면 애를 써야 한다.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는 몸을 움직이려 엄청 애를 써야 한다. 그럴 때마다 몸에게 말한다.


이 몸치야! 너 정말 대책이 없구나!


반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문득 든 생각.

머리가 시키는 대로 몸을 움직이려니 이렇게 애를 써야 하는 건지도 몰라.


수영을 배우던 때가 생각난다. 강사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수영은 힘으로 하는 게 아니에요! 몸에 힘 좀 빼요!"


힘을 빼면 물에 빠질 것 같은데 어떻게 힘을 빼!

속으로 투덜거리며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수영 선수도 아니면서 수영을 배우다 십자 인대가 늘어나 한참을 쉬게 되었다. 결국 강사도 나도 포기했다. 그냥 튜브와 친해지기로 했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스쿠버 다이빙을 배우고 물속이 무서운 곳이 아니라 신비로운 곳이라는 걸 알고 나서 수영도 잘 못하는 내가 겁도 없이 물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다이빙 장비가 아주 안전해 보여 마음이 놓였다. 몇 번 물속을 누비다 보니 수영을 잘하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착각을 하게 되었다. 그 착각은 내 몸에 오랫동안 고여있던 힘을 빼주었다. 힘을 뺀 몸은 물에 쉽게 떴다.

어느 날 나는 속이 보이지 않는 깊은 바다 위에 둥둥 떠있는 배 위에서 물로 뛰어내렸다. 수영복 차림에 물안경만 낀 채로. 그리고 죽지 않았다. 물에서 놀았다. 폼은 엉망이었지만 내 몸은 자유로웠다. 물과 어우러져 편안했다. 드디어 개헤엄을 체득한 것이다!


몸에 맡겨야 했던 거다. 머리가 알려주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는 몸에게 맡겼더라면 오히려 몸이 머리에게 알려줬을 것이다. 이 몸을 어떻게 써보라고.


힘을 빼라는 얘기를 수영강사에게만 들었던 게 아니다. 무엇을 배우건 몸으로 하는 걸 배울 때면 매번 힘을 빼라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생각해보니 몸을 쓰는 일이 아닐 때에도 그 말을 참 많이 들었다.


"남는 게 힘밖에 없어서 괜찮아요."


매번 이렇게 말하며 웃어넘겼지만 이젠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힘을 잔뜩 준 채 살다 보니 여기저기 쑤시고 고장이 나는 것 같다. 이제 힘을 빼는 법을 익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더 미뤘다가 몸이 너덜너덜해질까 겁난다. 기왕 사는 것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 그러려면 시작점을 바꿔야 할 것 같다. 머리에서 몸으로.

매거진의 이전글2021년 1월 25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