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3일 화요일
다니엘 대천사 (로열블루/올리브 그린)
by Redsmupet Feb 23. 2021
바틀 하단의 색깔은 본래 색에서 변형된 것입니다.keynote : 내부와 외부의 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회복하는 것
Affirmation : 나는 쓰디씀을 놓아버리고 명료함과 비전을 향해 앞으로 나아갑니다.
청소를 싫어한다.
청소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눈에 보이는 건 죄다 서랍에 넣는다. 일단 바깥에 보이는 게 없으면 깨끗해 보여서 청소를 안 해도 될 것 같은 안도감이 들기 때문이다.
큰 마음먹고 청소를 할 때도 눈에 보이는 걸 모두 서랍에 쑤셔 넣는다. 버릴 건 버리고, 필요한 건 필요할 때 바로 꺼내서 쓸 수 있게 정리를 해야 하는데 그냥 그 물건과 가장 가까운 서랍에 쑤셔 넣는다.
이런 방식, 청소하기 싫은 나의 마음과 청소를 해야 하는 상황 사이에서 찾은 타협점. 꽤나 괜찮은 방식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다 가끔 뒤통수를 맞는다.
급하게 무언가 필요한 순간, 분명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인데 아무리 찾아도 나오질 않는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
이런 순간을 경험할 때마다 제대로 청소를 하자고 다짐한다. 그 물건을 찾기 위해 온 집안을 다 뒤집고, 모든 서랍을 열어 진짜 청소를 하면서 이제 가짜 청소는 그만 하자고 다짐을 한다. 한동안 그 다짐은 행위가 된다. 그 짧은 기간 나의 삶도 편해진다. 무언가 필요한 순간,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편리함을 누리며 왜 진작 이렇게 살지 않았을까 픽 웃는다.
문제는 이런 시간이 아주 잠깐이라는 것.
눈에 보이는 모든 걸 서랍 안에 쑤셔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나의 이상한 청소 습관은 도대체 왜 생긴 걸까?
완벽함. 나의 공간이 내 눈에 완벽한 상태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나의 집착. 내 마음대로 컨트롤 하고 싶은 나의 욕심.
게으름.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 몸이 완벽함에 집착하는 나의 마음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속임수!
"어때? 안보이니까 깔끔하지? 완벽하지?"
완벽함에 대한 집착이 서랍 속까지는 침투하지 않아 형성될 수 있었던 나의 청소 습관.
이 습관이 아무래도 물리적 공간에만 적용되는 게 아닌 것 같다. 마음의 일에도 이 습관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분명 내 안에 있는데 필요할 때 꺼낼 수가 없는 것들이 마음에도 있으니 말이다. 너무 오래전에 서랍 속에 처박아두어 그런 게 나에게 있는 줄도 모르고 어떻게든 그걸 가지려고 고군분투할 때가 있다. 이젠 없다고 안도하던 불편함이 뜬금없이 튀어나와 당황할 때도 있다.
오늘 내 눈길을 끄는 바틀, 111번 다니엘 대천사는 감각의 회복이나 재생을 돕는다고 한다. 서랍 속에서 마구 뒤엉켜버린 나의 감각, 버릴 건 버리고 정리할 건 정리한 서랍 속에서 바로 꺼내 쓸 수 있도록 오늘은 마음 청소를 좀 해야겠다. 쑤셔넣는 가짜 청소 말고 버리는 진짜 청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