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염전 바다까지는 자전거로 금방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군선강을 따라가다 보면 염전 바다가 나왔다. 바다로 이어지는 강은 아름다웠다. 신라 시대에도 이곳은 아름다웠나 보다. 서라벌에서 온 화랑들이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뱃놀이를 하던 곳, 거기에서 유래한 강의 이름이 '군선'이란다.
군선강 원앙
군선강 중대백로
신라 시대 화랑의 흔적은 강이 바다와 합쳐지는 곳에 솟아있는 명선문溟仙門에도 있다. 명선문은 '신선들이 큰 바다로 향하던 문'이라는 뜻이다. 신라 시대 화랑이었던 술랑述郞, 남랑南郞, 영랑永郞, 안상安詳은 이곳을 드나들며 호연지기를 길렀다고 한다(강릉 안인 대동마을지, p27).
사진 오른쪽에 솟아있는 바위가 명선문이다.
군선강과 염전 바다가 맞닿은 곳, 이곳은 숭어 낚시로도 유명했다. 사람에게도 새들에게도 이곳은 풍성한 어장이었다.
군선강과 염전 바다가 만나는 곳, 사람과 새가 고기를 낚고 있다.
염전 바다 숭어잡이
숭어를 잡으러 들어가는 사람
숭어를 잡아서 나오는 사람
바다로 향하던 길, 내 고개는 항상 오른쪽을 향했다. 왼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리면 보이는 화력발전소가 옷에 떨어뜨린 김치 국물 마냥 거슬렸다. 화력발전소가 있는 구간만 살짝 고개를 돌리고 지나가면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졌다.
염전 바다의 일몰
염전 바다의 일출, 그리고 해안 수색 정찰 중인 군인들
염전의 모래사장
안인진 고기잡이 배
바닷가 호텔 근처 어딘가에서 자전거길 표지를 본 적이 있었다. 그걸 찾고 싶어 한참을 헤맸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대신 바우길 표지판을 찾았다.
'강원도의 산천답게 자연적이며 인간친화적인 트레킹 코스'라고 적혀있었다.
바우길이 먼저 만들어지고 나서 영동화력발전소가 들어선 걸까? 아닐 텐데.
의아했다. 화력발전소와 바우길, 이 아이러니한 공생은 대체 뭐지?
바우길 표지판이 화력발전소 정문 앞에 서 있는 건 또 뭐람?
기괴한 느낌,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둔 두 개의 풍경 앞에서 내 머리도 두 개로 쪼개지는 것 같았다. 아름다움을 보는 시선과 불편한 무언가를 보는 시선이 서로 마주치지 않으려고 반대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잠깐이었다.
"어~ 언제 저렇게 된 거지?"
군선강과 염전 바다가 만나는 곳, 사람과 새가 고기를 낚던 곳
강과 바다, 하늘이 만나던 곳에 크레인이 있었다. 철골 구조물들이 보였다. 이쪽을 보나 저쪽을 보나 이제 여기는 영락없는 화력발전소 지대였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왼쪽 풍경을 애써 외면하면서 찾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황망했다.
영동화력발전소에 이어 안인 화력발전소까지, 거대한 화력발전소 단지와 바다 사이에 난 2차선 길은 여전히 강원도의 자랑, 아름다운 바우길로 남겨지는 건가? 이 와중에도 사이클을 탄 사람들이 한 무리 지나간다. 바우길을 따라가는 이들이겠지? 이들은 어떤 해안로를 상상하며 페달을 밟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