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영향을 미칠만한 계획 없음

수달에게도요?

by Redsmupet

이상했다.

안인 화력발전소 공사장에서 1km도 안 되는 거리에 하시동 ∙ 안인사구 생태 ∙ 경관보전지역이 있었다.


출처 :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 https://www.eiass.go.kr/



궁금했다.

'생태 ∙ 경관보전지역'의 의미가 무엇인지, 강릉에서 이 지역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찾아보았다. 마침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에서 2017년도에 수립한 <하시동 ∙ 안인사구 생태 ∙ 경관보전지역 관리기본계획>을 찾을 수 있었다.


[생태 ∙ 경관보전지역]

◦「자연환경보전법 제12조」에 따라서 생물다양성이 풍부하여 생태적으로 중요하거나 자연경관이 수려하여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큰 지역을 생태 ∙ 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 ∙ 관리하고 있으며, 현재 총 32개 지역이 지정됨.

◦ 본 계획은 생태 ∙ 경관보전지역에 속한 하시동 ∙ 안인사구의 생태계 우수성 보전 및 유지, 생물 다양성 향상 기여를 위해 제2차 관리기본계획(2017~2022)을 수립하는 사업임.



하시동 ∙ 안인사구가 환경부 생태경관보건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2008년이었다. 동해안에 있는 사구 중에서는 첫 번째였다. 동해안에 있던 많은 사구들이 사라졌지만 하시동 ∙ 안인사구는 살아남았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군부대 덕분이었다. 군부대 때문에 훼손되고, 또 그 덕분에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하시동 ∙ 안인사구 입구


하시동 ∙ 안인사구


사구 저지 입구


사구 저지


사구의 솔길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운 좋게 살아남은 하시동 ∙ 안인사구가 본격적으로 훼손되기 시작한 건 1970년대 영동 화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부터라고 한다. 화력발전소가 건설되면서 본래 인근의 해안단구와 석호, 하천, 하구 지형, 바다와 모래사장 등과 어우러졌던 아름다운 모습이 사라지고 그 배후에 있던 석호까지 크게 훼손되었다고 한다.

안인사구는 강릉 및 그 주변지역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자연 상태의 해안사구로서 동해안에서는 보기 드문 지형에 해당한다. (...) 동해안, 특히 강릉지역의 해안사구 및 해안지형 연구에 있어 마지막 남은 보루가 되었으며, 사구성 동 ∙ 식물의 중요한 서식처이기도 하다. 또한, 사구 인근에는 해안단구와 석호를 비롯한 다양한 지형이 발달해 있어서, 동해안의 형성과정 및 변화과정에 대한 연구와 해수면 변동을 비롯한 기후변화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출처 :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공편, <전국해안사구정밀조사 : 안인 ∙ 평해>, 2006


적어도 2,400년.

하시동 ∙ 안인사구가 존재한 시간.

본격적으로 훼손되고 사라지기 시작한 게 1970년대 영동화력발전소 건설에서부터였다고 하니 수십 년이 수천 년을 삼켜버린 것이다. 2,400년을 50년 만에 삼켜버린 영동 화력발전소 바로 옆에 안인 화력발전소가 들어선다.

생태보전지구와 화력발전소, 500m 정도 떨어져 있으니까 괜찮은 걸까?


안인 화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가 궁금해졌다.

일반인의 눈으로 보기에 쉬운 보고서는 아니었다. 수치화된 오염물질, 그리고 인체에 무해하다고 정한 기준치의 나열, 무해하다면서도 추후 자료 수집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빈번히 등장했다. 수치상의 무해함이 현실에서 유해함으로 둔갑할 때 무언가 필요한 것일까? 갑자기 비틀어서 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그다음 눈에 들어오는 건 사람 이외의 생태계에 대한 영향 평가였다.

몰랐다. 안인에 수달과 삵이 살고 있는지. 수달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삵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330호이기도 했다. 보고서는 수달과 삵의 흔적과 이동경로를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수달과 삵은 지금 어디로 다니고 있을까?

그림을 보며 궁금해졌다.


조사 시기별 발견된 삵과 수달 흔적 지점 및 수달 예상 경로/ 출처 :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 https://www.eiass.go.kr/


보고서는 수달이 군선강의 거석, 보 상부와 지류 교량 하부에서 주로 발견된다는 말도 덧붙이고 있다. 군선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 공사가 한창인 곳이 아니던가?

이 보고서는 수달의 행동반경이 최대 20km나 되니 원래 먹이를 먹던 곳이 공사를 하면 그 옆으로 가면 된다고 말한다. 삵의 행동반경은 좀 줄어들겠지만 화력발전소 부지 말고도 삵이 먹이를 먹을 곳은 이미 충분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건 천연기념물(제323-8호)인 황조롱이에게도 해당되는 결론이었다. 여기 말고도 먹이를 먹을 곳이 많으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 이 지역에 서식하는 원앙(천연기념물 제347호), 물수리(멸종 위기 야생 생물 2급), 솔부엉이(천연기념물 제324-3호)에게도 해당되는 동어반복. 어떤 동식물은 문헌에는 있으나 조사 당시 발견되지 않았으니 발견되면 그때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언급도 있었다.


여기서 또 궁금해졌다.

"이 만큼 우리가 써도 너네는 저기로 가면 되잖아"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몇 번 반복되고 나면 남는 땅은 얼마나 될까?


<하시동 ∙ 안인사구 생태 ∙ 경관보전지역 관리기본계획>에서는 하시동 ∙ 안인사구 생태계 기능 회복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거기에 영향을 미치는 주변 환경을 분석하여 결론을 내렸다.


"대기질에 악영향을 미칠 만한 계획 없음"

"수질에 악영향을 미칠 만한 계획 없음"


예측된 수치, 우리는 그것만 믿으면 되는 것인가?

수달과 황조롱이에게는 어떤가?

그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만한 계획은 정말 없는가?



사진 : 홍윤성


자료 출처

1. 원주지방환경청, <하시동 ∙ 안인사구 생태 ∙ 경관보전지역 관리기본계획 전략환경영향평가>, 2017

2. 강릉에코파워, <강릉안인화력 1, 2호기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서>, 2014

3.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공편, <전국해안사구정밀조사 : 안인 ∙ 평해>,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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