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없는 날
글을 날린다
눈 밑에 떨어진 글들이 풍성하다
잘 지었다
잡다한 사정 모난 감정 긁어모아
바람 부는 날
책을 펼친다
가벼운 글들이 흔들린다
한없이 뽑혀나간다
책을 싸맨다
구석에 숨어 들어
묵직한 책을 턴다
발등에 죽은 껍데기가 수북하다
제목도 털렸다
표지만 남았다
이름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