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뙤약을 밤새 긁어모은 이슬 몇 알로 꼿꼿이 버텼다지?
비바람도 보통이 아니었을 텐데
행여 흙이라도 튈까 봐 치마를 꽁꽁 싸매 그 속을 지켰다던데
말해 뭐 해, 엊그제는 요사스러운 단풍이 밭둑까지 내려와서
뻘건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어대는데도 꿈쩍도 않던걸 뭐
그래서일까 여름빛을 머금은 치마는 짙푸르고
한 번 보지도 못한 봄내음으로 속을 꽉 채웠다
그런 그가 오래 보고 싶어 소금으로 다독이던 날
오만함으로 물든 뻣뻣한 나의 머리 위로 눈이 탁탁 뿌려진다
속을 온통 바람에 내주고 겉이 누렇게 들뜬
마지막 남은 고갱이마저 썩게 내버려 둘 수 없어
눈을 뿌려 거만함을 내쫓던 밤
장독대에 두꺼운 눈을 뒤집어쓴 독들이 속닥거린다
'맞당께. 쟈도 인자는 정신을 채래야 써'
'근디, 쟈 땜시 요로코롬 따순 속케이불까정 생게불어 가꼬
째까 껄쩍지근허긴 혀'
'암시랑토 안 해야.
그나저나 올 시안은 겁나게 따숩게 나것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