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을 베꼈다

by 들숨

거울을 보고 한 장

빛 반사가 심한 가면이다

손을 더듬어 한 장

굴곡이 깊어 명암이 짙다

생각을 담아 또 한 장

배우고 베껴 모호하다


내가 여러 장이다

타인을 향한 친절한 나의 과잉이다


겹쳐 중복된 부분만 남기고 지운다

닮은 곳이 없다

하나 둘 모두 지워진다

내가 사라진다

내가 없다


나를 찾아

나를 그려야 한다


비치고 만져지고 생각된

각각 분리되기

본래의 온전한 나를 찾아야 한다


보이지 않는다

만져지지 않는다

떠오르지 않는다


젖은 어둠을 한없이 걷는다

붓이 무겁다


무심히


하늘을 그린다

땅을 그린다

그 사이 사람을 그린다


한 사람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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