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제 한번 골고루 내린 적이 있었던가? 비 말이다
그 뜨겁고 시리던 날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햇빛은
또 어떠했고
잘 흐르던 강을 말려 밑바닥까지 보이는 치부를 드러내고
매끈하고 촉촉한 논을 쩍쩍 갈라 숨통을 조인 것도
다 네가 그토록 닮고 싶어 하는 자연의 일이다
그의 얼굴은 결코 밋밋하지 않다
가파른 오르막은 뒤에 아찔한 내리막을 감추고
절벽과 낭떠러지에 깃든 벼랑길은 흐릿한 그 끝을 숨긴다
그들에게 평지는, 깨지고 깎여 먼지가 되고 썩어 문드러져 흙이 되어
낮은 곳 흐르고 흘러 그 험난한 흐름을 다한 그곳
너의 흐름이 목마름에 허덕이고
굴곡진 길에 쓰러져 산산이 부서져도 증발되지 않고
그 파편들 긁어모아 다시 흐르려는 모습에서
그가 보여 어색하지 않고 겉보기에 충분히 자연스럽다
그는 한 번도 속을 숨기지 않았고 나란히 걸었으며
오히려 한 걸음 앞서 있었지만
사전은 그에게 속이 없다고 정의해 버렸다
지나는 눈길은 드러난 형체에 집착하지만
헤아림은 그 실체가 그려지는 과정을 좇기에
진정 그를 흠모한다면 스치지 말고 다가가 헤아려 봄이 어떨까?
2.
네가 등을 비비고 누워 잠든 낮은 동산은
그토록 오르려 몸부림치는 높은 산을 그저 같은 흙이라 생각하고
발을 담그고 피로를 씻는 작은 시내는
수많은 발들이 발버둥 치는 커다란 강이 혼탁해짐을 안타까워한다
그들에게는 구분함이 없어 경계 짓지 않고
본래 같지 않았기에 다름도 없으며
생겨 난 그 자리 생긴 대로 어울려 함부로 이웃을 바꾸지 않는다
꾀하거나 도모함도 없어 우-하고 모였다 후- 하고 흩어지지 않는다
이미 정해진 몸집 키우고 줄이는 것은 시간이 알아서 할 일이다
여분의 그릇이 없어 그동안 던져진 돌들 한 번에 쏟아내고
그에게 빨대를 꽂은 배들이 터질 때쯤
텅 빈 그의 공허도 함께 꺼져내려 부푼 배들로 다시 채운다
그들을 지키자는 깃발들 넓은 오지랖이다
소멸이 잉태한 그들에게 존재를 위한 발버둥은 무의미하다
다만 스스로 위안을 얻으려는 깃발들의 속내를 지켜볼 따름이다
그들의 이러함은, 스스로 자유로운 그의 의지에서 나온다
늘 더불어 존재하고 홀로 함께 하기에
그들 언어에 강요나 회유는 빠져있고
귀하게 대접받는 인정과 존중조차도 그들 앞에서 무색해진다
그들이 이러함은, 그 스스로 그러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