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 한다. 소나기는 잦지만 길지 않고
잠든 무지개를 깨우는 것은 언제나 소나기였다
꺾이고 찢겨 멍든 꽃잎 하나
저리도 미련스럽게 하늘을 응시하는데, 살아야 한다
다행히 너의 나비의 셈은 꽃잎의 개수가 아니라 향기에 있고
보이지 않는 손들이 여전히 너의 뿌리를 다독이고
그 어떤 소나기라도 너의 깊은 씨방만은 어찌할 수 없으니
살아, 생각도 의지도 없는 소나기에게 너의 내일을 건네지 마라
두꺼운 잎을 겹겹이 두른 꽃들이 소나기를 부르고
화려한 냄새로 눈먼 나비를 유혹하여
얄팍한 흑백 무지개로 너의 무지개를 꺾으려 하지만
너의 색색의 고운 무지개가 저들의 왜곡된 무지개를 걷어내고
맑은 향기는 악취 가득한 꽃밭에 얼룩을 지워
너의 씨앗들이 너의 색과 향기를 기억하고
너를 닮은 꽃을 피울 것이니, 살아있어라
내일은 결코 온순하지 않다
너의 내일이 너의 뜻을 거스르고 사납게 굴더라도
고삐를 늦추지 말고 길들여 너의 뜻 안에 머물게 한다면
너의 내일은 너의 생각을 따를 것이며
어떤 태양을 내걸지도 온전히 너의 마음 안에 있으니
살되, 꺽지 못해 억지로 살지도 흔들리는 대로 절로 살지도 말고
오늘 살아 꽃 피웠고 내일 살아 열매 맺을 수 있음에
꺾여도 꺾지 않고 감사하며 살아준다면..
아픈 꽃이여.
에필로그- 살다가 너의 무지개가 뜨거든
보다 깊은 어둠에 갇혀 꽃잎 하나 달지 않고
오로지 향기 하나로 나비를 기다리는 그에게 기대 그의 꽃이 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