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일 속 나의 일

by 들숨

시동을 건다

그의 오토바이가 콜록거린다

기다릴게

초조함을 들킨다

기침을 멈추고 목을 가다듬자

딱딱한 등을 토닥인다


매서운 칼들이 날아든다

속도를 줄이면 목이 달아난다

귀를 포기한다

잘려 나간 귀가 나무에 걸린다

속도는 같아야 한다


목이 달려 있다

깨어 있지도 잠들지도 않은

사라져도 모를 모호한 시간

밤새 흔들거리던 영혼들이 휘갈겨 놓은 낙서가

그들이 벗어던진 허물을 걸친 체

바람을 등에 업고 그의 비질을 희롱한다

끈질긴 타이름에 흩어지고 숨어있던 흔적들이

그의 비질에 순순히 따르고


그 길 끝자락

숨 돌릴 틈에 끼어든

밤의 패총을 발굴한 고양이들의 향기가 수북하다

멈칫한다

조끼의 반짝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늦어진 만큼 목은 가늘어진다

속도는 빨라야 한다

그들의 향기가 온몸 구석구석을 비벼댄다


밤의 흔적들 쓸려간 자리

흔적 없는 그의 흔적이 남는다


땀으로 탈색된 누런 얼굴이

자판기 앞에 주저앉는다

탈진한 종이컵에 땀방울이 간을 맞춘다

진한 고양이똥 향이다

공기들의 킁킁거림이 혼란스럽다

시선은 발끝이다

땅을 향해 퇴화된 시야가

쏟아지는 공기의 흐름을 티 나지 않게 훔친다

나무에 걸린 그의 귀가 간지럽다


등을 타고 해묵은 속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킁킁킁 공기들의 흩어짐이 부산하다

무거운 시야를 들어 올린다

그가 흠칫 놀란다

아직 머물고 있는 공기의 따뜻한 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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