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분한 지시봉이
틀에 박힌 길
오르락내리락 딱! 딱! 딱!
흐릿한 눈을 희롱한다
새.. 비 행.. 이렇지 않았는데
당황한 눈알을 쇠숟가락이 다잡는다
뭔가 잘 못 된 거야
그래, 이 색깔 본디 내게 맞지 않아
잘 못 씌워진 안경을 벗어던져야 해
지시봉이 못마땅한 듯 눈을 흘긴다
쭉! 쭉! 쭉!
지시봉이 미처 닿기도 전에
새! 비행기! 나비!
건방 떨던 지시봉이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
한 번 내디딘 길
불문율이다
다시 되돌린다는 것
삶을 송두리째 내건
생과 사의 대결이다
미지의 경계
뛰어넘지 못한 지시봉이
막다른 길
덜덜덜 좌우를 휘젓는다
앙칼진 대꾸에
갈팡질팡 검사표가 찢겨나간다
눈알을 가린 숟가락에 더욱 힘이 실린다
기가 꺾인 지시봉이
절레절레 혀를 내두르며
서둘러 숟가락을 회수하고
쭈뼛쭈뼛 새로운 검사표를 내건다
끝없는 무한의
기호가 사라진 구속 없는
지시에서 자유로운
스스로 그려 넣고
이름 짓고 불러도 되는
어렴풋이 향기만 느껴질 뿐
벗어던져야 비로소 드러나는
고독하지만 꿈꾸던 짜릿한 검사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