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득한 매달림에서 벗어나야 한다
안락한 진화를 거부하고
삶과 죽음의 낡은 개념을 고쳐 쓰고
주어진 것과 잡은 것의
풍미와 식감의 차이를
그 배부름의 속내를
공중에 내뱉어진 소화되지 않은
적나라한 배설의 흔적을 찾아
배부른 매달림의 줄을 끊어내기로 한다
허공을 붙잡기 위한
온몸을 가득 채운 끈적한 줄들을 비워내고
오로지 먹잇감의 흔들림만을 노리는
은밀한 포식자의 비열한 감각 대신
수직과 수평을 활보할 단단한 근육을 배운다
진화의 중간쯤에 아직 살아남아 있을
퇴화되지 않은 눈을 뒤적여 찾아 끼우고
익숙하지 않은 밝은 태양의 길
서늘한 굶주림에도 서두름 없이
낯선 허기를 익숙한 허기로 채우며
발톱을 세우거나 자세를 낮추지 않고
초연히 마음에 드는 먹잇감을 골라 나선다
사소한 바람에도 휘청거리고
빗발치는 소나기에 찢겨 나가는
두려운 빛을 피해 하염없이 밤을 기다리는
어둠 속 창백한 공중의 흔들림을
내려앉은 거미의 눈이 외면하지 않고
시선을 이어 그 흔들림을 붙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