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진한 색채를 주장하는 수선화다
평범한 빛의 반사로는 그 속내를 읽어낼 수 없는
밀폐된 공기 또한 그의 의심스러운 냄새를 더 이상 전파하지 못했고
일상의 빛도 그의 음습한 그늘 아래 신음하는
숨 막히는 꽃의 절규를 끝내 드러내지 못했다
사랑에서 파생되는 모든 감정의 부재를
교묘히 감추었으며
투명함까지 겸비한 은밀한 손으로
주위 꽃들의 발목을 잡아 기생하고
내밀히 뿌리를 뻗어 수액을 훔쳐 고사시키고
자신의 초라한 색을 덮어씌워 비난하고
처리 못한 쓰레기들 은근히 떠넘기고
가끔 섭취하다 질린 찌꺼기를 넌지시 쥐어주며
새빨간 꽃술로 쉼 없이 여린 꽃들을 길들인다
검노란 꽃잎이 말한다
나를 '너무' 사랑해서 그래
알아채고 벗어난 자유로운 꽃이 말한다
너 만 사랑해서, 아니 너'만'위해서 그래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져 본 적이 없어
단지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를 외워
질질 흉내 내며 거들먹거릴 뿐이라고
무지한 너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랑이 가여워
전시된 너의 '말'로 된 사랑을 보았지만 눈감아 주었다고
알량한 부스러기로 대신한 당연한 너의 '의무'를
희생이라 떠들며 갚으라 재촉하고
끊임없이 되뇌는 너의 의미 없는 사랑 단어에
나를 위해, 손들지 않고 조용히 답하고 있다고
스스로 지은 지옥의 망루에 갇혀
똑똑한 척 내려다보는 너를 알아버렸기에
되돌리지 말아야 하기에
너와 같은 공간임에도 너와 다른 공기를 마시고
너의 반복되는 탁한 소음도
이제 단단해진 나의 공기를 뚫지 못한다고
너의 날뛰는 빛에도 나의 고요가 일렁거리지 않는다고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이 어색하고 공허한 평화가 아직은 낯선 설렘이지만
뛰어넘어 비로소 '자유롭다'라고 손들어 답하고 싶지만
너의 늘지 않는 나약한 연기를 깨우기 싫어
멀리서
손들지 않고 눈치채지 못하게 은밀한 미소로 나를 다독이며
나를 위해, 나의 사랑으로 내가 나를 사랑한다고
내게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