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도 녹슨다는데

by 들숨

후드득 빗방울에 태양이 녹슨다

비설거지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태양의 녹이 조금 두꺼워질 뿐

뜨는데 이상 없고

보이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파르르 무심함에 눈이 녹슨다

돌아봐도 그만 지나쳐도 그만

녹물이 조금 진해질 뿐

먹는데 이상 없고

사는 것도 어제와 다르지 않다


그 태양 아래 그 눈으로

이상 없고 별반 다르지 않으니

특별히 다를 것이 없는

내일은 오늘일 것이니

녹슨 태양 녹슨 눈마저도 이제


필요치 않아

태양을 뽑아내고

눈을 오려내도 될성싶다


싶다 가도

한 편에 버리지 못한 걸레 한 조각 거슬리고

아직 쥐어 짤 꿈이 손아귀에 꿈틀거리니

끙끙이라도 대 봐야 홀가분할 것 같아


넘쳐흐르던 물 모두 떠나보내고

졸졸 느려터진 얼음장에 주저앉아

녹슨 눈으로 애꿎은 걸레를 겁박하고 다그친다


왜 남아 있었느냐고 무슨 꿍꿍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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