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꽃을 떠올린다는 것
기억하는 기억은 그 기억이 아니다
그날의 꽃이 다시 그려질 때
처음 장면이 겹쳐 완전한 재현이라는 착각일 뿐
손쉽게 덧칠하고 각색된, 막 수정되고 편집을 마친
오늘만 상연되는 오늘의 꽃이다
내일은 달라진 공기와 먼지와 조명에 맞게
또 다른 내일의 수정본이 상연될 것이다
낡은 사본이 망실되고
배우와 관객이 모두 사라진 뒤에야
기억되는 기억은 온전한 원본으로 남게 되고
그 기억마저도 막을 내리고 죽음에 든다
죽음에 든 꽃은 기억의 굴레에서 벗어나
함부로 발가벗겨지거나 끌려다니지 않아도 되는
영원한 자유에 이른다
변화하는 존재의 민감한 단면을 옮긴다는 것
이제 기억이라 부르지 않겠다
속 편하게, 내 사고를 가미해 숙성시켜 구워낸
적당히 부풀어 군침 도는 내 '생각'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