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미학

by 들숨

눈[雪]의 전설을 처음 들었 날 아이는

구겨진 신발 뒤꿈치를 펴, 해진 양말을 생각하고

방정맞은 발걸음에도 한껏 무게를 실었다


해 떨어져야 들어오던 아이는

해 떨어지기 전 엄마의 빨랫줄 꼼꼼히 비우고

낡은 양말 한 짝이라도 날렸을까 눈도 제법 매섭다


늘 가볍던 젓가락질이 한 번 집은 반찬의

흔들림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고

따복따복 한 톨 남은 밥알이 덩달아 떨고 있다


전설을 말할 수 없어 눈이 날려 간지럽혀도

소리 지르지 않고 종일 다소곳했지만

어깨 위 공기가 은밀하게 사뿐사뿐 날아오른다


반짝반짝 예쁜 눈 예보가 있던

나무가 없어 반짝이는 잎이 없는 어둡고 차가운 방

슬픈 아이는 울지 않는다


내걸지 못한 머리맡 양말 한 짝이

끝내 꺼내지 못한 전설을 품에 안고 잠든

아이의 기약 없는 꿈 손가락을 꼭 붙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