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 좋아해?

by 들숨

그가, 백번을 말한다

너는 나의 꽃이야

꽃이, 번을 답한다

나는 너의 꽃이 아니야

나는 나의 꽃이야


그가, 나는 너를 위해 살지

꽃이, 너는 나를 위해 살지 않아

너를 위해 사는 것들 안에 나도 겠지

그래야 하고

나는 나를 위해 살아 그 안에 너도 있고

아무도 누군가를 위해 살지 않아

귓등만 살짝 보이는 작은 꽃을 잠시 스친

다른 꽃들이 모여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조화롭게 사는 거지

서로 달라야 섞였을 때 흥미로운 색이 나오거든


참다못한 나비가 끼어들어 그를 거든다

너는 매일 똑같은 색이잖아 모양도 향기도

우리가 원하는 색을 내면 안 돼?

바뀐 색은 생각만큼 두껍지 않아

가려진 색이 숨 막혀 죽을 지경이야

바람만 스쳐도 금방 튀어나오지 더 진하게

나는 누군가를 위해 나를 바꾸지 않아

오히려 더 돋보이게 하지

꽃잎이 흐트러지지 않게 향기가 상하지 않게

매일 깨끔하게 단장을 해

나를 위해 하는 일이야

그와 나비가 억울한 눈빛으로 서로를 훑는다

씁쓸한 표정의 그가 작심하고 묻는다

매일 색깔과 모양을 바꾸고

다른 향을 내는 꽃들도 있던데?


저기 작은 꽃

오늘은 귓등만 보이지만 곧 처음처럼 활짝 칠 거야

나도 그래

처음 피어났던 그대로

처음 만났던 날 그대로

살아 있는 동안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딱 한 번 바뀌지

아무도 봐주지 않지만

시드는


네가 말한 그 꽃

덧칠해 색깔을 바꾸고

자르고 접고 꿰매 모양을 바꾸는

이런저런 향들이 섞여

이도저도 아닌 향을 풍기며

기억에서 사라질까 시들지도 못하는

그건 만들어진 조화들만 할 수 있는 일이야

조화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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