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에서 몇 년을 살았는지 묻지 마라
너무 오래 살아 다 세지 못한다
그 긴 세월을 어찌 말로 다할까
겨우 몇십 년 산 너희가 오백 살을 넘긴 나를 이해한다고
나는 천년을 살고 죽어서도 천년을 버티는 불사조니라
어떻게 살았는지도 묻지 마라
영하 30도 맹추위에 하얀 상고대 입고 떨던 날들을 묻느냐
아니면 한 여름 땡볕 아래 흘린 땀이 얼마인지를 묻느냐
태풍에 팔 꺾여 날아간 날들의 아픈 과거를 묻느냐
온갖 풍설에 온 몸의 껍질이 다 벗겨져도
하얀 뼈다귀 앙상하게 드러난 몸을 내놓고 버텨 온 나다
그 삶이 어떠했냐고도 묻지 마라
좋았던 날보다 힘들었던 날들이 더 많았지만
높은 산 꼭대기에 서서
봄꽃 피고 새우는 싱그러운 봄의 향연을 보지 못했다면
내가 말로 한들 그 아름다움을 어찌 알 거냐
뭉게구름 산 허리에 걸리고
매미 슬피 울던 여름날의
뜨겁던 날들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태풍 세차게 부는 날
죽을힘을 다해 버텼지만 팔 몇 개는 잃었다
그래도 살아남았으니 다행이라 여길까
빨갛게 단풍 들고 산 밑 골짜기에 운해 덮이는
청명한 가을은 좋았지만 그도 잠깐이라
시샘하듯 찬바람 불고 하얀 서리가 내렸다
영하 30도 혹한의 긴 겨울밤을
눈바람 맞으며 홀로 지새어 보았느냐
덕유의 겨울은 유난히 모질고 아프지만
어떻게든 견디고 여기까지 왔다
영하의 기온에 비구름이 사정없이 몰아치면
온몸에 하얗게 얼어붙는다
너희가 이 고통 속에 피는 눈꽃
상고대의 아름다움을 아느냐
그럼 왜 사느냐고도 묻지 마라
내가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지만
이왕 사는 것 멋지게 살려고 했다
젊어서는 늠름하고 멋져서
부러움과 시샘도 많이 받았다
어떤 고난과 역경도 나를 꺾을 수 없었다
결코 서두르지 않았고
안주하지도 않았으며
고통에 울긴 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살았다
좋을 때는 담담히 받아들이며 그것을 즐겼다
하지만 기쁨 뒤엔 불행도 온다는 것도 알기에
마음 다부지게 먹고 대비하면서
매 순간 삶 속에서 행복을 찾고 느끼며 살았다
세상 사는 것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더라
그래도 내 의지대로 살려했고
부끄럽지 않게 그렇게 살았다
내 인생의 좌우명은 불굴의 강인 함이다
남은 생 어떻게 살 것인지 묻는다면
내 비록 몸은 많이 망가졌지만
아직 백 년은 더 견딜 자신이 있고
사후 천년의 세계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나는 결코 서두르거나 무리하지 않고
마음을 비워 여유롭게 즐기면서
남은 생을 담대하고 강인하게 살아갈 것이다
비록 내가 이 자리를 떠날 수 없지만
삼라만상의 오묘한 조화를 지켜보면서
멋지게 살다 갈 것이다
주목이 비탈에 비스듬히 서 있습니다. 앙상한 가지에 상고대가 붙었습니다.
온갖 풍설을 딛고 고고하게 자랐습니다. 고고한 멋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나무 전체를 눈과 상고대가 감쌌습니다. 주목은 이런 추위를 견뎌내면서 겨울을 납니다. 주목의 강인함이 보이십니까?
<노란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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