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이 우리에게 오다

by 노란 보석

"대박이는 아직 소식이 없냐?"

"아직이요." 커다란 박을 엎어 놓은 것처럼 배가 산처럼 불러온 딸은 숨도 쉬기 어렵다고 하며 지루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대박이는 큰 딸의 둘째 애 태명이다. 첫째 엠마가 딸이라 아들을 기대했는데 마침 아들이란 말을 듣고 내가 대박이라고 지었다. 둘째 딸 첫애 시완이의 태명이 대빵이었기에 사촌간이니 대박이로 지었다.

4월 17일이 예정일이면 둘째 아이니까 좀 더 일찍 낳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배가 워낙 불렀으니까! 정말 태명 그대로 대박이다.


서울과 샌프란시스코를 사이에 두고 딸과 우리는 매일 페이스타임으로 만난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아이패드로 페탐을 켜 놓고 생활한다. 그러니 멀리 있지 않고 옆에 사는 느낌이다. 큰 딸의 둘째 애를 기다리며 산 구완을 위해 샌프란 딸네 집에 가 있는 아내와 큰 딸을 페탐으로 불러 내서 화상 만남을 갖는다.

예정일 일주일 전부터의 기다림은 예정일이 되어도 소식이 없다. 예정일 계산이 약간의 오차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아내가 귀띔을 해 준다. 어쩌면 4월 21일이 될지도 모르겠단다. 아무튼 우린 매일 산통이 오기만을 기다렸고 딸은 힘들어 어찌할 바를 몰라한다.

"확실히 딸과 아들은 차이가 크네요. 배도 더 나오고 발로 차는 것도 달라요. 갈비가 아프니까!" 확실히 엠마 때보다 배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고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딸이 안쓰럽다.

"네 얼굴이 살이 많이 쪘구나!" 딸의 얼굴이 퉁퉁해 보여서 내가 한마디 하니 아내가

"살찐 것이 아니고 부은 거예요!" 한다. 자식 셋을 낳고 딸 둘이 손주를 둘이나 나았지만 나는 아직도 산모 얼굴이 살찐 것인지 부은 것인지 알지 못하니 쑥스럽기만 하다.

"어차피 태어 날 것 빨리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제발 아기도 산모도 무탈하게 출산하도록 보살펴 주소서!" 하느님께 기도한다.


4월 18일은 둘째 딸 생일이다.

"이모 생일날 태어나려나?" 우리는 그런 기대를 하며 기다렸으나 무소식이다.

어머니도 아직 소식이 없냐고 전화로 몇 번을 물어 오신다. 온 가족이 대박이 태어나길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기대 속에 초조한 날들을 보내며 한국 날짜로 4/22일(미국 날짜로 4/21일 14시) 드디어 대박이가 태어났다.

4.2kg 그야말로 큰 놈이 건강하게 태어났다. 산모도 다행히 고생도 덜하고 큰 애를 낳았으니 제일 다행이다.

"제 아버지 닮았구먼! 판박이네!" 모두들 사위 닮았다고 한 마디씩 한다.

한국 날짜로 계산하면 아내의 생일 3월 26일(음력)과 같은 날이고 미국 날짜로 치면 하루 차이이다.

"대박이와 당신 생일이 같으시네요!^^" 내가 카톡으로 축하 문자를 보내니

"인나랑 대박이가 생일이 같네 ㅋㅋㅋ" 아들이 거든다.

"여기는 내일!" 아내가 답한다.

아무튼 우리 집은 4월에 생일인 사람이 많다. 나는 음력으로 3월 7일이니까 대개가 양력으로 4월 중에 생일을 맞는다.

"미역국을 맛있게 끓여서 당신도 생일이니 드시고 딸도 주세요!" 멀리 있어 아무것도 도움이 안 되는 나는 말로 때운다.

"알았어요! 이번엔 내 생일이 중요한가요? 대박이를 큰 선물로 받았는 걸요. 산모 때문에도 미역국을 끓여야 하겠네요!" 아내가 대답한다.


우리는 아이들이 고등학교 때부터 집을 떠나 생활했기 때문에 커서는 생일을 함께 보내는 날이 별로 없었다. 그때도 아내는 잊지 않고 매번 미역국을 끓여서 먹었다. 비록 아이들과 함께 먹지는 못해도 마음속으로 자식 생일을 축하하고 잘 되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을 담았다고 나는 생각했다.


아내와 딸이 보내오는 대박이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니 키도 크고 팔다리도 길쭉길쭉하다. 발이 왕발이다. 발 큰 것만큼 키도 큰다는데 그렇다면 다 크면 185cm도 넘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야구 선수시키면 되겠네!" 아들이 한마디 한다. 사위가 대학교 때까지 야구를 하다가 무릎이 좋지 않아 포기한 것을 아쉽게 생각해서 것을 빗대어하는 말이다.

"야구 힘들어 골프가 좋아!" 둘째 딸이 한마디 한다.

"그래 골프가 좋겠네!"

"운동시키려면 돈 많이 들고 힘들어 아빠처럼 컴퓨터 프로그래머 되면 좋겠네!"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모두가 이렇게 희망에 들떠 있다. 그래 태명처럼 대박 나는 인생을 살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대박이 보여 싶어!" 엠마가 "아기 보고 싶다"는 표현을 "보여 싶어"로 표현하며 기대에 차서 기다리고 있다.

"그래 엠마는 좋겠네! 착한 엠마가 동생 잘 돌보아 주어야지!" 머지않아 가족들의 사랑을 동생에게 빼앗겼다고 샘이 날 것을 걱정해서 한 마디씩 한다. 그래도 나이가 다섯 살이니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하룻만에 딸은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한국은 통상 삼일이인데 미국은 하루다. 아침 일찍 나오려 했는데 수속이 늦어져서 오후가 다 되어서 돌아왔다고 딸이 투덜댄다.

"얘네들은 모든 게 느려요. 퇴원 수속이 너무 오래 걸려서 지쳤네." 딸이 한마디 한다.

"그래도 퇴원 빨리 시키는 빠른 것도 있네!" 내가 농담을 한마디 하고,

"몸은 괜찮니?"

"괜찮아요. 미리 힘주지 말고 꾹 참고 있다가 나올 때 한 번에 힘주라고 해서 있는 힘을 다 주었더니 쉽게 나았어요."

"그래 다행이다!"

"그래도 얼굴에 실핏줄이 여러 개 터졌어요!" 아내가 안타까운 듯 말한다. 아무리 쉽게 낳았다고 해도 아기를 낳는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얼마나 힘을 주었으면 얼굴의 실핏줄이 터졌을까!" 엄마의 위대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순간 어머니, 아내, 딸들의 얼굴이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엄마들이 애를 낳고 나서 기억력 감퇴가 왔다는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뇌 속의 실핏줄이 터져서 기억력에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아지 벤또도 대박이 곁에 붙어서 킁킁 냄새를 맡으며 떨어질 줄 모른다.

"벤또도 대박이를 축하해 주네!" 내가 말하니

"얘가 아기 냄새를 확인하는 거예요. 엠마 때도 이랬어요." 딸이 답한다.



이렇게 부모의 헌신과
가족의 사랑을 받고
꽃피고 싱그러운 봄날 태어났으니
대박이의 인생도 봄날처럼
아름답고 빛났으면 좋겠다!



"대박아 네가 우리 곁에 와줘서 고맙다!"

"하느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딸아 네가 정말 고생 많았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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