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야 산다

김밥

by 노란 보석

뭉쳐야 산다


노란 보석


나는 우리 모임의 대표다

선거로 뽑힌 건 아니지만 모두가 대표로 인정했다

나는 내가 대표인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얼마 전 까지는

그러나 우리도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그러려면 변신을 해야 한다고 해서

멤버를 바꾸고

스타일을 바꾸고

끊임없이 혁신해 나갔다

그런 과정에서

내 앞에 대표로 나가는 동료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치즈, 참치, 멸치, 김치, 유부 등 다양하다

민망하지만 누드도 있는데 엄청 인기가 있다

난 처음엔 대수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그들의 이름 뒤에 내 이름은 대명사처럼 붙여지고

동료들의 인기가 높아지면 질수록

내 인기는 시들해지는 듯했다

솔직히 내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또한 부질없는 일이다

우리 멤버는 점점 다양해지는데

어느 하나가 빠지거나 부족하면 티가 나고 인기는 떨어진다

우리 모임의 캐치프레이즈는 '조화 있는 협업'이다

조화란 어느 한쪽이 튀지 않고

적당히 모여서 최상의 결과를 내는 것이다

'궁극의 미(味)는 조화다'

한때 내가 앞장서서 뽐낼 때

뒤에서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준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이 있어서 오늘의 내가 있다는 걸 잊지 않고 있다

나는 진도에서 올라왔고 성은 김이다

치즈야, 참치야 잘났다고 너무 난 체는 하지 마라

네가 빛나는 건 너 혼자 잘난 때문은 아니란 걸

'독불장군에게 미래 없다'라고 누군가 말하더라

'협업의 조화를 모르는 자 크게 될 수 없다'라는 게 진리다


아닌 게 딱 하나 있긴 있다

뭉치지 않고 따로라서 성공한 케이스

충무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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