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서
노란 보석
나와 두 사람이 함께 어디론가 가고 있다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지만 각자 고향은 있다"
함께 걸어가는데 바라보는 시선이 다 다르다
그녀는 자꾸 뒤를 돌아다본다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자꾸 뒤만 바라보며 걷는다
그 사람은 발만 보고 걷는다
흡사 길에 떨어진 동전이라도 주우려는 듯
주위를 살피며 발만 보고 걷는다
나는 앞만 보고 걷는다
아니 하늘을 더 많이 보고 걷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항상 발걸음이 바쁘다
그래서 톡톡 돌부리에 차이기도 한다
때문에 넘어지기도 잘한다
그러나 개의치 않고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걷는다
그녀는 느리다
아주 천천히 걷는다
모든 게 조심스럽다
그녀는 두꺼운 앨범을 들고 다닌다
시간만 나면 앨범을 펼쳐보며 사색에 잠기곤 한다
그 사람은 열심히 걷는다
돌부리에 차이는 일도 가끔 있지만
느리게 걸을 일은 없다
가다가 사람들을 만나면 온갖 참견을 다 한다
절대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다
그러다 보면 가끔 싸움도 한다
나는 꿈을 담은 도시락을 먹으며 간다
그녀는 추억을 담은 도시락을 먹으며 간다
그는 밥을 담은 도시락을 먹으며 간다
우리는 도시락이 작아서 항상 배가 고프다
그런데 나는 머리가 고프고
그녀는 심장이 고프고
그는 진짜 배가 고프다
나는 희망이란 가방을 메고 간다
그녀는 아쉬움이란 가방을 메었다
그는 현실이란 가방을 메었다
"왜 왔는지 모르지만 왜 가는지는 가끔 생각한다"
셋이 모두 찾아가는 목적지는 같다
행복이 흘러나오는 샘물을 찾아가고 있다
나는 그곳에는 무지개가 떠 있을 거라 믿고 있다
그녀는 그곳은 조용하고 아늑한 곳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그곳엔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그는 그곳은 활기차고 북적대는 곳이라고 믿고 있다
모든 물품이 풍족해서 여유로울 거라 믿고 있다
셋은 모두 그곳은 '오아시스' 같은 곳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서 상대방이 생각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가끔씩 상대방과 가방을 바꿔 메기도 한다
어떤 때는 그 가방이 자신에게도 잘 맞는 것에 대해 놀라기도 한다
셋은 목적지가 얼마나 남았는지 알지 못한다
진짜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
갈림길이 있어 그때그때 선택해서 갈 뿐이다
가지 않은 길엔 무엇이 있는지 전혀 모른다
그럼에도 가끔은 그 길로 갈걸 하고 후회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절대 그 길로 되돌아 갈 수는 없다
이 길엔 도대체가 '이정표'란 것이 없다
그래서 정말 답답하다
다만 각자 얼마나 왔는지는 정확하게 나와 있다
그래서 사주니 운명이란 걸 봐주는 점집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그 또한 맞는 걸 알려주는지 알 수가 없다
우린 해가 뜨면 걷고 달이 뜨면 잔다
이제 신발도 많이 닳았고
많이 지쳐서 다리에 힘도 빠졌다
머리도 반백이 되고 없던 주름도 늘었다
발걸음도 처음보다 많이 느려졌다
목적지에 가까이 왔음을 느낀다
이제는 숙달이 돼서 배는 덜 고프지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으니 마음은 더 바쁘다
도중에 장님 점쟁이를 만났다
"행복이 어디에 있느냐?"라고 물었다
그 점쟁이가 되물었다
"오다가 혹시 즐거움이라고 쓴 정자를 보았느냐?"라고 물었다
"많이 있었지만 갈 길이 바빠서 대부분을 그냥 지나쳐 왔다"라고 답했다
"그럼 만족이라고 쓴 음식점은 보았냐?"라고 다시 물었다
"너무 많아서 거들떠보지도 않고 어쩌다 가끔 들렀다"라고 답했다
사실은 더 큰 집을 찾다가 찾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
"기쁨이라 쓴 카페는 보았냐?"라고 또다시 물었다
"널린 게 그런 카페인데 좋긴 하지만 그곳에 들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라고 했다
혀를 끌끌 차더니 "이제 가면서 그런 곳에 자주 들르라"라고 했다
그래서 "행복이 샘솟는 곳은 멀었느냐?"라고 다시 묻자
"여기 장님 셋이 가네!" 하고 껄껄 걸 웃었다
그래서 재차 묻자
"야~ 인마, 내가 장님인데 그곳을 어찌 알아!" 하고 화를 냈다
그러고는
"즐거움의 정자에도 자주 오르고"
"만족의 음식점에도 자주 들르고"
"기쁨의 카페에도 자주 들러서 즐기며 가라"라고 했다
"별로 돈 많이 드는 곳도 아니니 아끼지 말고 쓰고 가라" 했다
"목적지에 가면 남는 돈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휴지조각이다"라고 했다
그러고는 장님은 어디론가 쏜살같이 뛰어갔다
장님이 넘어지지 않고 뛰는 것이 신기했다
오늘은 여기서 쉬고 내일 어디로 가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하겠다
참 열심히 왔는데
그래서 그런지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어깨도 결리고
머리도 아프다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고 싶지만 그건 아직 못하고 있다
거기엔 가족을 담았기 때문이다
미련과 의무도 함께 담겨 있다
아~ 욕심도 커다란 게 들어있다
그거라도 먼저 꺼내 놓고 가야 하겠다
언젠가는 다 내려놓고 쉴 날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오늘은 이만 쉬어야 하겠다
우리 셋은 한 이불을 덮고 잔다
우리도 '삼위일체'인지 모르겠다고 괜한 생각을 해 본다
참 그 장님의 이 말이 생각난다
"마지막 목적지엔 누구나 꼭 가니 서두를 것 없다
그곳엔 아무리 친한 친구도
가까운 사람도 함께 갈 수 없다
아무리 손을 꼭 잡아도 결국은 혼자 간다"
"아플 때 아무도 대신 아파 줄 수 없는 것처럼
아무도 함께 갈 수 없다"라고 했다.
"남은 돈은 한 푼도 갖고 갈 수 없다
아니 오백 원 동전 하나는 허용된다"라고 했다
"다 쓰고 가는데 헛된데 쓰지 말고
의미 있는데 쓰고
그동안 남을 위해 더 많이 썼으니 나를 위해 쓰란다"
참 "추억의 앨범과 이름 석자는 갖고 갈 거"라 했다
문득 드는 생각이
봄이라 그동안 '일장춘몽'을 꾼 게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부처님 오신 날'이다
"여러분 모두 성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