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돌
노란 보석
아는지 모르지만 나는 원래 둥글지 않았다
모가 나고 날카로워서 모두 가까이하기를 꺼려했지
덩치도 꽤나 커서 제법 으스대기도 했었고
잘났다고 호기를 부리고 튕기면 그게 먹혔으니까
그래서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났다고 생각 했지
그러나 세상엔 나보다 잘 난 놈도 많더라
모난 놈이 제 잘난 멋에 살다 보니
힘에 밀려 여기서 치이고 저기서 치이고
난 체하다 여기서 까이고 저기서 까이고
결국은 비굴하게 여기 비비고 저기 비비고
그렇게 모진 풍파에 휩쓸려
부대끼며 살면서 삶의 깨달음을 얻었지
둥글둥글 사는 게 최고더라
서러워 울고 있는 나에게 고래가 말했지
실력을 갈고닦으면 반짝반짝 빛나고
덕을 쌓으면 아름다워지고
마음을 비우면 편안해진다고
나는 언제나 고래를 닮으려고 노력했지
그렇게 열심히 살다 보니
어느새 닳고 닳아 둥글둥글해지면서
덩치야 아쉽게도 왜소해졌지만
비로소 고래처럼 반짝반짝 빛이 나는 거야
고래가 세상을 대하듯 둥글둥글 유유자적하며
물 흐르는 대로 순응하며 살다 보니
어떤 파도가 밀려와도
어떤 부딪힘이 있어도
아픔을 느끼지 않는 경지에 올랐다네
그러자 세상의 아름다움이 보이는 거야
행복을 느끼게 되었다는 거지
너무 늦게 깨달은 건 조금 아쉽지만
모래알이 될 때까지 둥글둥글 살아야지
사는 게 뭐 별거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