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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보석 Oct 06. 2022

코로나 확진 4일 차

2022.10.05

코로나 확진 4일 차


                                              노란 보석

눈을 떴는데, 아니 창문이 훤해진 걸 확인했는데

어제에 비해 무엇이 좋아졌는지 느낌이 없다.

여전히 목은 불에 덴 듯 아프고, 가래는 계속 나오고 몸이 천근이니 말이다.

잠을 설쳤으니 다시 눈을 감았다 떴는데 8시 45분이다.

그 알키 한 갈비탕을 전자레인지에 2분간 데워서 아침밥을 먹었다.

수정과 향과 알키 한 맛 때문에 없던 입맛이 더 달아났다.

반도 못 먹고 밥에 물을 부어 먹는데 냉장고에 넣어둔 반찬이 맛이 살짝 간 것 같다.

이럴  전라도 사투리로

"오매 환장하겠네!"


큰딸이 안부를 물어 왔는데 카톡을 보지 않아 답을 안 하니 아들이 전화를 했다.

카톡을 보니 아내가 미국에 들어가는 비행기표가 떴다.

웬일인가 물으니, 큰 딸 회사에서 조직 개편이 있어서 업무 범위는 커지고, 고과는 해야 하고, 게다가 내년도 계획도 수립해야 해서 바쁘단다.

게다가 초등학생 아이 둘 돌보는 것까지 너무 힘들어 제 엄마한테 도움을 요청한 거였다.

이렇게 힘들 때면 매번 달려가서 지원해 주는 엄마가 있으니 그래도 다행 아닌가?

큰 딸은 성격이 나를 닮아서 완벽주의자라 더 힘든 것 같다.

"너무 잘하려 하지 마라, 회사는 조직으로 일하는 곳이니 팀워크를 잘 만들어라"라고 했다.

소프트웨어 팀과 하드웨어 팀 사이에서 고충이 많다 하여

"소신껏 하고 열심히 협상하되 안되면 위로 올리라 했다"

나도 삼성에서 그렇게 일했으니까.

"아빠 그렇게 해서 풀어가고 있는데 일이 많으니 너무 힘들어요"라고 한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일류 회사도 일 많아서 바쁘고 힘든 건 똑같은 것 같다.

내 아픈 것보다 딸 안쓰러운 마음이 더 크다.

이게 부모다.

오히려 딸이 "아빠 아프신데 징징대서 죄송해요."라고 한다.

작은 딸이 "아빠 방값도 언니가 댓어요"라고 한다.

"엄마는 세계 최고의 해결사이고 너는 나의 프라이드다"라고 하니

작은 딸과 아들이 괴상한 이모티콘을 올리며 동조해서 호응한다.


아들이 전화를 해서 어렵게 말을 하는데

"아버지 엄마 건강도 그렇고, 손주 애들도 있어서 작은 누나가 신경 쓰이나 봐요."

"토요일 격리 해제 후에 집에 들어가는 것 때문이구나. 그러지 않아도 나도 그게 좀 걱정이다. 완벽히 나았다고 볼 수도 없는데...."

"그래서 집 옆에 게스트하우스를 얻어서 며칠만 더 계시면 어때요?"

"그것도 좋지만, 그러면 내가 갑갑하니 강화도 가서 갯골 사진이나 찍으련다"라고 하니

그렇게 하시라 한다.

마침 보름이 다가오니 바다 물때도 좋아서 갯골 사진 찍는 데는 최적이지 싶다.


점심은 김밥을 먹고 싶다 했더니 일반, 치즈, 참치 세 개가 왔다.

목이 조금 나아진 상태에 자극적이지 않으니 모처럼 제일 맛있는 식사를 했다.

점심때 하나 먹고, 저녁때 또 하나 먹고, 하나는 내일 아침이다.


저녁을 막 끝내고 이 글을 쓰는데 카톡으로 부고가 날아들었다.

고등학교 때 둘도 없는 절친인데 수년 전 폐암 수술받고 잘 견뎌왔었다.

몸이 불편해서 병원으로 검진받으러 가다가 차 안에서 심정지가 왔다 한다.

얼마 전에 한 번 만나자 하니 좀 있으면 더 좋아질 것 같으니 기다리라 했었다.

눈물이 앞을 가려 글을 쓸 수가 없다. 

나는 격리 중이니 문상도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인생이 이런 거지 싶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사람 사는 거라 했는데

늙으면 기약 없이 가는 거다.


오늘은 너무 슬퍼서 더 이상 글을 쓸 수가 없다.

친구여 잘 가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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