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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보석 Oct 08. 2022

코로나 확진 5일 차

2022.10.06

코로나 확진 5일 차


                                        노란 보석

오늘은 한결 나아진 것 같다.

일단 아픈 건 엄청 줄었고 열도 거의 없다.

아침을 남겨뒀던 김밥으로 때우고

샤워를 한 후 집에 가서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유료 주차장에 차를 대는데 어디 가냐고 묻는다.

xxxxxx 이비인후과에 간다 하니 

병원에 가도 주차비는 내야 한다고 한다.

벌써 3번을 똑같은 말을 들었다.

주차장이래야 5대를 동시에 댈 수 있는 곳인데 

4번을 보았는데 전혀 안면 인식이 안 되는가 보다.

하긴 마스크를 썼으니.....

"예, 엊그제도 왔었어요"라고 말하고 말았다


근무 시간대라 그런가 환자가 거의 없다

엊그제 청년이 먼저 와서 앉아 있다.

이걸 반갑다고 해야 하나?

그 청면이 먼저 대면진료를 하고 내 차례다.

혀를 길게 내밀고 목을 보기 위해 의사가 스테인리스 봉을 목에 댔다

순간 나도 모르게 "에취!" 하고 재채기가 나와 선생님 얼굴로 튀었다

"어이쿠. 이걸 어째!"

"괜찮아요. 걱정 말아요."

다행히 의사는 투명 플라스틱으로 안면을 가린 채였다

그래도 너무도 침착하게 환자를 안심시키는 의사가 존경스럽다

의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목구멍을 보더니 아직도 많이 부어있단다

다른 사람에 비해 빨리 낮고 있는 건 아닌데 걱정할 필요는 없단다

"그런 것 보면 '팍스 로비드'를 써도 통증을 크게 완화하는 건 아닌 것 같고 

중증화율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네요."라고 선생님이 말했다

"그런 것 같네요."라고 맞장구를 쳤다.

"결국은 모두 한 번씩 걸려야 끝나는 전쟁 같아요"

'아~ 선생님도 아직 안 걸리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 오전에 와서 약 받아 가면 긴 전쟁은 끝나게 되겠어요."

"가글  열심히 하고..."

"감사합니다"


약국에서 약을 타서 길에 나섰는데 잠시 멍 때렸다

정신이 멍한 게 방향 감각이 없고 어지럽다

고개를 흔드니 제정신으로 돌아오는데

이게 웬일이지 싶다

걸어갈 때도 약간 붕 떠있는 느낌을 받았는데....

약이 그만큼 독한 것 같다


돌아오는 데 마포구청에서 전화가 왔다.

격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별도 게스트하우스를 얻어서 한다고 하니

연고가 없는 사람들을 돕겠단다.

나완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런데 참 빨리도 전화를 했다.

이런 건 초기에 당황될 때 도움을 줘야 하지 않을까?


순대국밥을 시켜 먹었다.

전에 자주 시켜 먹던 집이라 검증이 된 집이다.

1인분을 반을 나눠 모처럼 맛있게 먹었다.

방에만 처박혀 있으니 운동부족으로 근육이 약해진 것 같다.

허리도 아프고 제일 힘이 없다.

베트남 사진을 정리하는 데 통 속도가 나질 않는다.


오늘은 고등학교 친구가 영면에 드는 날이다.

"부디 잘 가시게 친구! 극락에서는 더 행복하고 아름답게 지내시게."

박식하고, 유쾌하고, 대범하며 술도 잘하던 친구였는데....

한 때는 수련한다고 전국 유명 산과 절을 찾아 오랫동안 떠나 있기도 했었다.

그래서인가 아산 병원에 입원해서 첫 수술하고 면회를 갔는데 그렇게 담담할 수가 없었다

가끔 전화할 때도 그랬고....


인생무상이란 말이 사무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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