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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보석 Oct 08. 2022

코로나 확진 6일 차

2022.10.07

코로나 확진 6일 차


                                          노란 보석

통증은 줄었는데 몸은 더 처진다.

방에만 틀어박혀서 움직임도 없고 먹는 것도 부실하니 그럴 수밖에

창밖에 아침 빛이 선명하다.

몸만 좋으면 어디든 달려가 사진을 찍을 건데


베트남 사진 정리를 몇 장하고 나니 허리가 더 아프다.

의자 모양이 괴팍해서 바른 자세가 나오지 않아 더 그런 것 같다.

인스타에 올린 사진 댓글에 답글을 달고나니 해가 중천이다.

어제 사놓은 순댓국을 덥혀 먹고 '팍스 로비드' 마지막 약을 먹었다.

이제 나는 슈퍼 면역자가 되는 것인가?


작은 여동생이 진해에서 전화를 했다.

큰 오빠에게 들었다며 한 걱정을 한다.

그 애도 몸이 안 좋아 혹여라도 걸릴까 걱정이 되는 상황이다.

확실히 조심하면 예방되는 병이긴 한 데 그게 쉽지 않으니 말이다.

서로 조심하라고 격려하며 100일 탈상 때 보자 하고 전화를 끊었다.

어머니 가시고 형제간에 대하는 마음이 더 돈독해진 것 같다.


오늘은 아내가 샌프란 큰딸 집에 가는 날이다.

공항에 누가 배웅하나 물으니 작은딸이 갔다 오겠다 한다.

짐이 별로 없어 공항철도로 간다 한다.

일 년이면 두 번씩 갔다 오는 곳이니 쉽게 갔다 오는 느낌이다.

절대 손으로 입과 코를 만지지만 안으면 안전하다고 상기를 시켰다.

나는 못 지켜 놓고 이런다.


그동안 모아놓은 폐활용품을 정리해서 분리함에 넣었다.

역시나 플라스틱이 제일 많다.

큰일은 큰일이다.


강화도 갈 때 필요한 물품을 리스트 해서 카톡으로 작은 딸에게 보냈다.

내일 오전 11시면 퇴실이다.

나머지 시간은 어디선가 보내야 하는데 

바닷가에 가서 갯골 장노출 사진이나 찍기로 했다.

간 김에 숙소를 잡아 놓고 그동안 담고 싶었던 곳을 담아 보기로 했다.

마침 영종대교 함초도 예쁘다 하니 다녀올 생각이다.

그런데, 몸이 영 나아지는 기미가 없다.

가글을 계속하고 있지만 가래는 끈질기게도 나온다.

저녁을 먹고 났는데 으슬으슬 추워졌다.

현재 실온 24도인데, 또 열이 나는 거다.

어쩔 수 없이 타이레놀 한 알을 먹었다.

비몽사몽 잠이 들었는가 싶은데 작은 딸이 화상 전화를 했다.

준비해야 할 물품을 화상으로 보며 고르기 위해서다.

카메라 렌즈 등을 챙기고

두터운 옷가지를 챙겼다.

운동화도 허름한 걸로 고르고

음료수는 딸이 알아서 챙길 것이니까.


참 이번 격리 중에 나는 나름 원칙을 세운 게 있다.

1. TV 보지 않기

    이건 100% 지켰다. 손흥민 축구도 안 봤으니까!

2. 글을 쓰는 데 단문으로 쓰기 

    혹 눈치채셨는지 모르나 가급적 짧고 간결하게 쓰려고 했다.

    인스타 글도 그렇게 썼다.

    전에 회사 생활 때부터 보고서 문장은 

    1줄 Best!, 두 줄 OK!, 세 줄 No! 를 강조하곤 했었다.

    요즘은 SNS로 글을 읽으니 단문이 좋다고 생각한다.

3. 담담한 마음 유지하기

   사실 이게 제일 어렵고 지켜지지 않은 것 같다.

   친구의 갑작스러운 부고는 이걸 지킬 수 없었고 

   나는 한참을 소리 내어 울었다.

   불혹이 지난 지 언제인데....

4. 푹 쉬기

   격리하는 것이니 쉬기에 최고의 기회이자 환경인데 

   이게 쉬는 것인지 투병하는 것인지 구분부터가 모호해졌다. 

   아픈데 누워서 끙끙 앓는 것도 쉬는 걸까?

   아무튼 무리하지 않으려 애는 썼다.


내일이면 격리는 해제된다.

PCR 검사 없이 해제다.

각자 알아서 룰을 지키고 전파되지 않게 해야 한다.


코로나 초기에 목숨 걸고 하던 공포 속의 격리와는 

차원이 다른 격리를 하고 내일이면 끝난다.

그래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다.


Be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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