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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보석 Oct 30. 2022

9.4 태평성대

제9장 : 태평성대



9.4 태평성대



  그리고 얼마 후, 국회에서 박농심 의원과 이자연 의원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모색하고 있었다.

  “박 의원, 내 얘기 좀 들어보게! 어차피 쌀을 많이 생산해 봤자 남아도니 가격만 내려가고 좋을 게 뭐가 있나? 친환경 농법으로 가면 생산량은 감소해도 가격은 높게 받을 수 있으니 좋지 않겠나?”

  “모르는 소리 그만하게! 아무리 환경보호(環境保護)가 중요하다고 해도 친환경 농법이면 곤충과 해충이 늘어나는데, 농약을 못 쓰면 더 문제가 되지.” 친환경 농법은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문제가 있다고 박 의원이 되받았다.

*이율배반(二律背反) : 서로 모순되어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명제.

  “그러니까, 참새나 까치가 많이 있어야 곤충도 잡아먹고 원래의 자연 상태로 돌아가지 않겠나? 이거야말로 농촌도 살고, 곤충도 살고, 참새와 까치도 사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한 마디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사돈까지 좋은 일 아니겠나!” 박 의원은 이 의원의 주장도 말이 되는 것 같았다.

  “알겠네! 그럼 내가 <농촌 살리기 단체>와 협의를 해 보겠네. 문제는 FTA야! FTA!”

  이때 마침 외교통상위원장인 오외통 의원이 지나가며 이 말을 들었다.

  “박 의원 FTA가 무엇이 문제인가?”

  “아예, 오 선배님!”

  오외통 의원은 두 의원의 5년 선배였다. 박 의원과 이 의원은 자초지종(自初至終)을 이야기했다.

  “음 ~ 그래? 그런데 말이야 FTA 조항 어딘가에 ‘환경보호(環境保護)나 개선을 위한 보조금은 금액의 제한을 두지 않는다.’라고 있던 것 같은데…….”

  “예? 정말 그런 조항이?”

  두 의원은 총알같이 뛰어갔다.

  이 의원과 박 의원은 공동으로 ‘농촌 살리기 지원법’과 ‘조수 관리법’을 발의했다.

  먼저 ‘농촌 살리기 지원법’을 보면

  1) 정부는 FTA 보상으로 기준금액 대비 10%를 추가로 보상한다

  2) 정부는 친환경 보조금으로 기준금액 대비 15%를 보상한다. 단, 이 법률은 정부가 정한 ‘친환경 농사 법’으로 농사를 지을 때만 지원한다.

  3) 참새나 까치로 인한 피해가 15%가 넘을 경우는 추가 정산한다.

  다음에 ‘조수 관리법’은,

  1) ‘유해조수(有害鳥獸) 관리법’은 즉시 폐기한다.

  2) 어떤 경우에도 조수에 대한 사냥을 금한다. 이를 어길 시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두 의원은 환경단체와 농촌 살리기 단체를 대상으로 법안 공청회를 열었다. 워낙 이해관계(利害關係)가 첨예하게 맞서서 해결 난망인 상황이었지만 전보다 분위기는 많이 개선되고 있었다. 우선 시행해 보면서 문제가 있으면 보완해 나가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이 두 가지 법은 국회에서 재적의원 70%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국회 의원총회(議員總會) 통과 후 2주 만에 국무회의(國務會議) 의결을 거쳐 공포되었다.    

  홍 박사는 이제 공장식 축사를 폐기하는 일에 집중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홍 박사가 다시 박 의원과 이 의원을 찾아왔다. 이번 농촌 살리기 지원법과 조수 관리법을 제정해 준 데 대하여 감사의 인사를 하겠다며 찾아왔다.

  “두 분 의원께서 이번에 발의해서 ‘친환경 법’이 제정된 데 대하여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꿩 잡는 게 매’라고 이 법을 제정함으로써 우리나라 농촌 생태계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무슨 과찬의 말씀을 다 하십니다. 이번 일이야말로 홍 박사님의 열정이 없었다면 성취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모쪼록 하루빨리 자연환경(自然環境)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박 의원이 기분이 좋아 웃으며 답했다.


  “두 분 의원님께서 큰일을 하시는 김에 하나 더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의원님은 불제자이시고 환경분과 소속으로 이미 준비하고 계시는 거로 압니다만 ‘공장식 축산과 무분별한 가축 살처분을 막기 위한 법률’도 발의해 주십사 하는 겁니다.”

  “그 건에 대하여 이미 몇 차례 공청회도 열었습니다만 이해 당사자들의 견해차가 워낙 커서 여의치 않습니다.” 이 의원이 어려움을 토로했다.

  “축사를 공장식 밀집 사육에서 농장처럼 넓은 환경에서 사육하자는 안은 그 취지는 좋으나 경제적인 부담이 매우 증가하니 실현하기엔 무리가 있지요.” 박 의원도 난감해 했다.

  “지난번 가축 난동 사건도 결국은 그런 밀폐된 환경에서 사육해서, ‘동물의 행복권’이 무시된 데 따른 반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동물도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생명체인데 인간이 무참히 학대하고 있다고 봅니다.” 

*희로애락(喜怒哀樂) :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을 아울러 이르는 말.

  “여건이 된다면야 넓은 초원에서 사육하는 것이 나쁠 게 없습니다만, 우리나라 농촌의 실정이 그렇게 하기엔 무리가 있지요.” 박 의원은 사육장 문제는 경제적인 부담이 크므로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박 의원께서도 ‘돼지 스톨’이란 걸 보셨겠지요? 돼지를 몸의 크기에 딱 맞는 폭 60cm, 길이 2m 크기의 철제 우리에 넣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키우는데 한 번 앉지도, 눕지도 못하는 그 돼지의 고통을 생각해 보셨나요? 온갖 고통 속에 자란 그런 돼지고기를 우리가 먹어야만 합니까? 그건 감옥도 아니고 형틀입니다. 형틀에서 고문을 받으며 일생을 사는 거라고요.

  산란계는 어떤가요? 산란계의 ‘배터리 케이지’를 보셨겠지만, A4 종이 크기 상자 안에서 날개를 한 번 펴지 못하고 한평생 알만 낳는 산란계의 고통을 생각해 보셨나요? 산란계의 수명이 정상적인 환경에서 키우는 닭에 비해 반도 안 된다는 사실은 무얼 이야기하는 걸까요? 

  육계라고 조금도 더 나은 사육 환경이 아닙니다. 닭들은 고통을 못 이겨 서로 부리로 쪼기 때문에 그걸 방지하기 위해 부리를 생으로 잘라냅니다. 케이지 안에서 한 번 앉지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자란 비정상적인 닭을 우리는 삼계탕으로, 치킨 요리로 맛있다고 먹고 있는 겁니다.”

  홍 박사는 공장식 축산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있었다. 박 의원도 그것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로 심각한지는 몰랐고 좀처럼 믿어지지 않았다.

  “소라고 다를 것이 없다는 거지. 송아지를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 놓고 키워서 연한 송아지 고기라고 공급하고 있지 않나? 출하될 때쯤에는 허약해서 서 있지도 못할 정도라네. 우리가 레스토랑에서 맛있다고 비싸게 사서 먹는 송아지 고기가 그렇게 사육되고 있다네.” 이번엔 이 의원이 소 사육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호기심이 많은 나와 까치 영감은 철새들을 만나 다른 나라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았다. 특히 꽤나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기러기 부부가 있는데 매해 겨울마다 만나서 그동안 있었던 소식을 주고받곤 한다. 하루는 인간들의 이런 비 동물적인 가축 사육 방법에 대하여 까치 영감과 함께 비판하며 토론하는 데 기러기가 끼어들어 말하길 북쪽에는 인간을 수용소라는 곳에 가둬서 개돼지만도 못하게 억압하는 곳이 여러 곳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이 말을 할 때는 주위를 둘러보고 귓속말로 하기에 ‘야, 너는 이 말을 하면서 왜 눈치를 보고 그래?’ 하면서 내가 의아하다고 물으니, 그곳은 말만 잘못해도 잡아가서 그런 곳에 가두곤 해서 자기도 모르게 조심하게 되었다고 말해서 모두 웃었다. 하지만 나는 그게 도저히 이해가 안 돼서 거짓말하는 것 아니냐고 물으니, 너는 어찌 친구의 말도 못 믿느냐고 하며 서운하다고 핀잔을 하였다. 그래서 그건 우리 참새는 어려서부터 남을 믿지 말라고 교육을 철저히 받고 자라서 그런가 싶다고 말했다. 참으로 씁쓸한 현실이다. 

  그때, 너희 기러기는 한번 짝을 이루면 평생을 해로한다고 하던데? 하고 까치 영감이 물으니, 남편 기러기가 씩 웃으며 대체로 그렇긴 한 데 아닌 애들도 더러 있다며 동물은 그게 본능인가 싶다고 했다. 그때 기러기 부인이 말하길 대체로 수놈 기러기가 그런다고 해서 또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니 또 삼천포로 빠져버렸는데, 다 재미있자고 하는 소리니까 독자들이 이해해 주기 바란다.


  “그런 문제들은 이미 보고 들어서 어느 정도 알고는 있네만, 우리 농촌의 형편상 축산 환경을 개선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

  “동물들을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하니 온갖 질병이 생기고, 그러다 보니 항생제를 먹이고, 예방 주사를 놓고, 가축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결국은 건강하지 못해서 구제역이나 AI 등 가축 전염병에 쉽게 걸리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그런 청정하지 않은 고기를 몸에 좋다고, 맛있다고, 비싼 돈을 주고 사서 먹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항생제 달걀 파동도 기억하시겠지요? 문제가 심각하지만, 그건 공장식 축산으로 발생하고 있는 많은 문제 중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그뿐이 아니지요. 축사에서 나오는 분변이 지하수와 하천, 강 등을 얼마나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는지 아시잖아요.” 홍 박사가 다시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 및 폐해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렇습니다. 여름철 충주호나 4대강의 녹조도 그것들이 가장 큰 원인인 거지요. 축사에서 나오는 악취, 가스 등도 심각한 문젯거리입니다. 그래서 사육 농가와 마을 사람들 간에도 심각한 갈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의원이 호응해서 말했다.

  “또, 그 많은 가축을 키우기 위해 엄청난 곡물을 사료로 소비하고 있다는 것도 아시겠지요? 전 세계에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이 수억 명인 데도 동물들이 먼저 먹어치우고 있다는 말이지요.” 소신 있고 열정적인 홍 박사의 설명은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었다. 박 의원은 완전히 그녀의 모습에 녹아들고 있었다.

  “박 의원, 역지사지(易地思之)해서 동물의 처지에서 한번 생각해 보게나. 이건 인간이 큰 죄를 짓는 일이야. 항생제 먹고, 비위생적인 축사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자란 가축의 고기와 우유, 달걀을 먹는 것이 과연 우리 건강에 이롭기만 한 건지도 의문일세.” 이번엔 이 의원이 박 의원을 설득하고 나왔다.

  “글쎄, 그렇다면 뭔가 좋은 방법이라도 있는가?” 박 의원은 농촌을 떠나 국가의 자연환경과 국민의 건강을 위해 국회의원으로서 무엇을 할 것인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혼자 미소 지었다.

  “가축의 활동 공간을 최소한으로 확보하도록 축사 크기를 법률로 강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네. 그리고 그런 친환경 축사에서 사육한 가축에 대하여는 정부가 등급을 인증해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거지. 그리한다면 조금 더 비싼 값으로 판매할 수도 있을 거니까.” 이 의원이 대책을 제안했다.

  “그건 법도 보완하고 정부가 보조금을 주어서라도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 만.....” 박 의원도 호응해서 방안을 말하고 있었다. 홍 박사는 자신의 설득이 주효하고 있다고 느끼며 미소 지었다.

  “더 큰 문제는 2,000년대에 들어서서 구제역으로 두 발굽이 갈라진 포유동물(哺乳動物)을 무려 400만 마리나 땅에 묻어 죽였고 조류독감(鳥類毒感)으로 8천8백만 마리의 조류를 살처분했다는 겁니다. 이는 심각한 동물학대(動物虐待)이며 지하수 오염의 문제까지 있는 것이지요.” 홍 박사가 구체적인 숫자를 대며 설명했다.

  “맙소사! 그렇게 엄청난 숫자가 살 처분되었나요? 이건 엄청난 재앙인데요.” 박 의원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건 동물과 자연환경(自然環境)에는 재앙이고 인간은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살처분하지 않는다면 더 큰 피해로 이어질까 봐 그리하는 것인데…….” 박 의원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잘못되었다는 거지요. 병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일률적으로 몇 km 이내에 있는 가축은 모두 살처분하는 방법이 과연 올바른 결정이냐 하는 거구요. 또한, 사육 환경을 농장식으로 개선하면 그런 전염병에도 내성이 더 생길 것이라고 보는 것이지요. 좋은 예가 철새 분변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발견되어도 철새 죽은 게 발견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자연환경(自然環境)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다 보니 바이러스를 견뎌낼 만큼 건강하다는 방증 아닐까요?” 홍 박사는 자신 있게 자신의 주장을 이어갔다. 박 의원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떡이고 있었다.

  “그래도 요즘은 바이러스 백신 예방접종을 해서 구제역이나 AI가 감소하는 추세 아닌가요?”

  “그런 부분도 있지만, 예방 접종을 하면 낙태가 된다던가 우유가 잘 안 나온다던가 이런저런 부작용이 있다. 라고하며 기피를 해서 문제가 되곤 하지요.”

  “물론 백신도 개선해야 하겠지만,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제도나 방안이 있어도 해결이 되지 않지요.”

  “공장식 축산의 폐쇄를 위해 불교계와 <동물권 행동 단체>, <불교 환경연대>, 불교방송인 <BBS> 등에서도 ‘감금 사육방식 추방을 위한 100만 명 서명 운동’을 하고 있다네.” 이 의원이 설명을 이어갔다.

  “불교계에서는 ‘동물도 제명대로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지요. 그 정도는 못되더라도 자유롭게 활동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은 갖추어 주자는 얘기입니다.” 홍 박사가 ‘동물 행복권’을 힘주어 강조했다.

  “알겠습니다. 이 건은 문제의 심각성은 충분히 인지했으니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가 보도록 하죠.” 


  홍보경 박사는 매주 주말이면 고향을 찾았다. 오빠 보석과 용팔이 오빠, 칠뜨기 오빠, 복식이 언니 등 동네 사람을 모아 놓고 친환경 농사의 필요성에 대해 설득했다. 처음엔 거들떠보지도 않으려 했지만, 전심전력(全心全力)으로 정성을 들여 설명하고 설득하니 십벌지목(十伐之木) 즉,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고 조금씩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친환경 농법을 시범적으로 조금씩 적용해 보면서 문제점을 해결하고 이해도를 높여갔다.

*전심전력(全心全力) : 온 마음과 온 힘.

  과연 될까? 하며 반신반의(半信半疑)하던 사람들도 정부에서 보조금까지 준다고 하니 적극성을 띠었다. 홍 박사는 범말을 <친환경 농법 시범 마을>로 만들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홍 박사의 선견지명(先見之明)이 통했는지 매스컴에서도 관심을 두고 특집으로 다뤘고, 전국 각지에서 시찰단이 몰려와서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뤘다. 홍 박사는 자연보호(自然保護)‘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인간의 손길을 거두어 자연의 자정 능력에 맡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견지명(先見之明) :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앞을 내다보고 아는 지혜.

*문전성시(門前成市) :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집 문 앞이 시장을 이루다시피 함을 이르는 말. 

  홍 박사는 박 의원과 자주 만나 공장식 축산 폐기 방안에 대하여 협의했다. 박 의원은 최근 정부에서 살처분 가축 렌더링 시설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렌더링 시설이란 살처분한 가축을 온도 240°C, 4기압의 고온 스팀에서 처리하여 재활용하는 환경친화적인 시설이다. 구제역 발생 시 살처분해야 하는 거리도 반경 500m 이내로 좁혀서 시행하고 있다고 진전이 있음을 설명했다. 

  그러나 홍 박사는 그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 아니므로 공장식 축산을 폐기하고, 자연 친화적인 ‘동물 행복권’이 보장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곧 먹거리의 안전성을 확보하여 내가 먹는 먹거리가 과연 건강에 좋은 것인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는 거라고 했다. 나아가서는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지구를 후손들에 물려주는 위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홍 박사는 우선 범말의 축산 방식부터 어떻게 바꿀 것인지 구상에 들어갔다.


  ‘농촌 살리기 지원법’과 ‘조수 관리법’ 발의 5년 후,

  농촌 들녘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 가는데

  논에는 메뚜기가 뛰어 놀고

  아이들은 병을 들고 메뚜기를 잡으러 쫓아다녔다.

  참새는 아무런 제재 없이 벼를 까먹기도 하고

  메뚜기도 잡아먹고

  조 밭에도 앉아서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5년 만에 참새의 개체 수는 배로 증가했다.

  중요한 것은 논두렁에 뜸부기가 돌아왔다는 것이다.

  친환경 쌀은 없어서 못 팔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일본에서도 비싼 가격으로 수입해 갔다.

  중국에서도 돈 많은 갑부가 친환경 쌀만 찾았다.

  농촌은 상전벽해(桑田碧海) 되어 자연이 옛 모습을 되찾았다.

  *상전벽해(桑田碧海) : 뽕나무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된다는 뜻으로, 세상일의 변천이 심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5년 새 농촌 인구가 15%나 증가했다.

  농부들 얼굴에서는 웃음꽃이 떠나지 않았다.

  감을 딴 후 감나무에는 까치밥으로 감이 열 개씩 남아 있었다.

  까치는 대한민국(大韓民國)의 영원한 길조로 남게 되었다.

  100원짜리 동전 한 면에 까치가 들어갔고

  500원짜리 동전 한 면에 참새가 들어갔다.


  <참새민국>의 참새 대통 용참이는 연임 후 국민의 박수를 받으며 퇴임했다. 

  다음 참새 대통은 외참이가 당선되었다.

  외참이는 취임사에서,

  (중략)

  ‘세상에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또한, ‘안 된다고 생각한 일이 잘되는 것을 본 일이 없습니다.’

  해보지도 않고 미리 포기하면 아무것도 참으로 이룰 수 없습니다.

  ‘이 세상의 역사는 꿈꾸고 도전한 자들에 의해 쓰였습니다.’

  우리 <참새민국>의 발전을 위해 

  또, 개인의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합시다.

  '진정한 평화는 상대와 대등한 위치에 있을 때 유지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참으로 힘을 기르고 당당히 맞서야 합니다.

  그리고, 안 된다고 남 탓만 해서도 안 됩니다.

  ‘남 탓을 하는 순간 내가 할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되고

  그러면 나는 아무런 발전도 할 수 없습니다.’ 

  우리에겐 참으로 오랜 꿈이 있습니다.

  인간과 새들이 공존하는 참으로 평화로운 지구를 만드는 꿈,

  새가슴인 우리가 더는 ‘가슴 졸이며 살지 않아도 되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참말로 우리의 꿈입니다.

  우리 <참새민국>이 그 꿈을 향해 선도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 모두 참으로 능동적인 참새로 다시 태어나 

  이 ‘지구를 인간과 새들이 공존하는’ 

  참으로 아름답고 자유로우며 평화로운 천국으로 만들어 갑시다.

  내가 참말로 항상 그 앞에 서겠습니다.

  참새들은 외참 대통의 명연설에 모두 감동했다. 과연 ‘가슴 졸이며 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올 것인가? 기대하면서도 반신반의(半信半疑)했다.

  인간들의 생각이 변하여 친환경 농법이 정착되고 환경보호(環境保護)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들판에는 농악 소리가 그치지 않았고 참새와 까치 등 새들이 함께 춤추는 태평성대(太平聖代)가 계속되었다.

  참새가 허수아비 모자 위에 앉아서 노래해도 농민들은 화를 내지 않았다. 

  참새들이 더는 소 등 위에 타서 놀리지 않았다.



  이자연 의원에게 결혼 청첩장이 배달되었다. 


  여기 두 사람이 운명처럼 만나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지구를 천국처럼 아름답게 만들어 모든 피조물이 행복한 세상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참여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신랑 : 박농심(토마)    

         신부 : 홍보경(마리아) 

         일시 : 2022. 10. 29 (토)   13;00 

         장소 : 미리내 성당 




  결혼식이 끝나고 얼마 후, 산속의 평화롭고 행복하던 생활은 하루아침에 난장판으로 변했다. 

  어느 가을날 오후, 평화로운 산속에 공포가 몰려오고 닭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별안간 솔개가 날아와서 병아리 티를 벗고 성계가 되어가던 ‘삼아리’를 채간 것이다. 새들의 신호를 듣고 경계태세에 들어갔으나 워낙 급하게 닥친 일이라 졸지에 당하고 말았다. 황구가 맹렬히 짖으며 뒤쫓았으나 이미 ‘버스 지나간 뒤에 손 들기’였다. 그곳에도 공포가 몰려오고 더는 평화가 없었다. 닭들은 사흘간 아무것도 먹지 않고 대성통곡(大聲痛哭)했다. 언젠가는 되갚아 주겠다고 다짐했다.

  그 얼마 후, 산 아래쪽이 시끄러워지며 마을 사람들이 대거 나타났다. 도망간 가축을 잡겠다고 마을 사람들이 총동원되어 나타난 것이었다. 그물망과 몽둥이를 들고 아이들까지 총동원해서 이장 오만상의 지휘 아래 대거 몰려오고 있었다. <애니멀 해피 랜드>는 비상이 걸렸다. 위기의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가슴 졸이며 살지 않는 세상’은 이로써 끝이란 말인가? 


  *이후의 이야기는 제2권에서 이어갈 것을 약속드리며 여기서 끝맺는 점에 대하여 양해 바란다. 나도 까치 영감과 함께 건강도 좀 챙기고 글쓰기 능력도 키우는 휴식기를 갖도록 해야 하겠다.


  *여기 사자성어는 모두 네이버 사전에서 인용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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