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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보석 Oct 30. 2022

9.3 환경 보호의 중요성

제9장 : 태평성대



9.3 환경보호의 중요성



  이자연 의원은 지금까지 진행된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홍보경 박사를 만났다. 

  이 의원은 그동안 농민들에게 환경보호의 중요성과 대책을 충분히 이해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의원은 박 의원 사무실로 홍보경 박사를 데리고 갔다. 박 의원은 환경 운동하는 사람들은 절대 만나지 않겠다고 해서 예고 없이 그냥 찾아갔다.

  “박 의원 자리에 있는 걸 알고 왔네!”

  “어~ 이 의원, 어서 오게!”

  “내가 오늘은 중요한 손님을 한 분 모시고 왔네!”

  “어?”

  박 의원이 눈을 들어 보니 하늘색 물방울 원피스를 입고 하얀 실크 스카프를 목에 두른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이 함께 서 있었다.

  “박 의원 이분은 환경운동 본부의 홍보를 맞고 계신 홍보경 박사님이시네.” 

  “어? 아예, 박농심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홍보경입니다. 부탁은 제가 드려야지요.”

  입장이 첨예하게 다른 두 사람은 떨떠름한 얼굴로 명함을 건네며 인사했다.

  박 의원은 상대가 아름다운 젊은 여자이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란 걸 표정과 자세에서 읽어내고 있었다. 홍 박사가 본 박 의원의 첫인상은 부드러우면서도 여유와 강단이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이 의원과 동기라 하고, 40대가 되기 전에 국회의원까지 하다니 보통 사람은 아닐 것으로 생각했다.

  “자, 여기 앉으시지요.”

  “감사합니다!”

  “오늘은 유해조수(有害鳥獸) 지정 해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 위해 찾아왔네.”

  “말씀해 보시죠, 홍 박사님.”

  “의원님, 까치와 참새가 왜 유해조수(有害鳥獸)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홍보경 박사가 만나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공격적인 질문을 했다. 

  “그거야, 농산물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니 당연한 것 아닙니까?” 

  박 의원은 명색이 환경 분야 박사라는 사람이 이런 것도 질문이라고 하나?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쩌면 언중유골(言中有骨)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

  홍 박사는 유해조수(有害鳥獸)라는 말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거꾸로 유해 농민이 맞는 것 아닌가! 애초의 이 땅의 주인은 참새와 까치인데 인간이 함부로 들어와 터전을 빼앗았으니까.라는 생각이었다.

  “의원님들, 그런데 참새와 까치가 나쁜 일만 합니까?”

  아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당연히 나쁜 짓을 하니 유해조수(有害鳥獸)로 지정하고 이렇게 보상 문제가 나오는 것 아닌가? 박 의원은 이 무슨 해괴한 질문인가 싶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홍 박사님!” 박 의원이 이 무슨 언어도단(言語道斷)인가 하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참새나 까치가 메뚜기나 해로운 벌레들을 잡아먹으니 그런 건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것 아닌가요?”

  “에이! 요새 메뚜기가 어디 있습니까? 홍 박사님!” 박 의원이 농촌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면서 헛소리한다는 투로 말했다.

  “그렇지요. 메뚜기가 없는 것. 그게 문제라는 겁니다.”

  “예? 메뚜기가 없는 게 문제라고요?”

  “그렇습니다, 이제 농민들도 생각을 바꾸어야지요. 농민들도 죽지 않고 살려하면 ‘친환경 농법’으로 바꾸라 하세요. 메뚜기 죽고, 참새 죽고, 까치 죽고 나면 그다음엔 뭐가 죽을까요?”

  “예? 죽는다니요?” 이 또, 무슨 어불성설(語不成說)인가 싶었다.

  “그다음엔 사람이 죽는 것입니다. 박 의원님! 메뚜기가 살 수 없게 된 환경에서는 다른 동물은 물론 인간도 살 수 없지요.”

  충격이었다. 듣고 보니 박 의원도 홍 박사의 주장이 무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해도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대책이 없으니 문제였다. 분위기가 빡빡하게 돌아가자 이 의원은 자리를 옮기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이러지 말고 마침 점심시간이 되었으니 식사를 하면서 좀 더 여유 있게 이야기를 해 보시지요.” 

  이자연 의원이 두 사람을 자기 단골 일식당으로 안내했다. 회 초밥을 시켜놓고 잠시 신상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홍 박사님은 고향이 어디 신가요?” 박농심 의원이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듯 물었다.

  “아~ 예, 제 고향은 안성 촌 동네 범말이라는 곳입니다. 혹 알고 계실지 모르지만, 김대건 성인을 모신 미리내 성지가 가까이 있지요.”

  “아~ 그러시군요. 미리내는 성지순례를 가느라 몇 번 가보았지요. 정말 아름다운 곳이지요.”

  “아~ 그러세요? 박 의원님도 천주교 신자이시군요. 본명이 어찌 되시는지요?” 홍 박사가 반색을 하고 물었다.

  “토마입니다. 어려서 유아 영세를 받아서 제 의사와는 관계없이 입교했습니다만, 가족 모두가 천주교 신자입니다. 박사님도 예수님을 믿으시는군요?”

  “예, 저도 천주교 신자입니다. 제 본명은 마리아입니다.”

  “허허 두 사람은 같은 천주교도라고 친밀하게 그러는데 나는 소외감 느껴서 어디 같이 있겠나!”

  “아~ 이 의원님 죄송해요.” 

  “아니 저는 그냥 농담으로…….”

  “실례가 안 된다면 이 의원님은 종교가?”

  “아~ 예, 저는 불교입니다.”

  “그러시군요. 그럼, 이 의원님은 고향이?”

  “저는 경남 산청입니다. 지리산 자락, 경호강이 흐르는 강가에 살았지요.” 

  “산자수명(山紫水明)한 아름다운 곳에서 자라셨군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졸업 후 바로 서울로 올라와서 어릴 적 추억만 조금 남아 있습니다.”

  “그렇군요. 산청이라면 동의보감(東醫寶鑑)을 지으신 허준 선생과 약초가 유명하지요?”

  “유명한 성철 스님도 산청에서 태어나셨다고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그렇습니다. 고향 산청 단성에 그분을 기리는 겁외사(劫外寺)란 이름의 사찰이 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가 이어지는 중에 생선 초밥이 일본식 된장국 미소시루와 함께 나왔다.

*산자수명(山紫水明) : 산은 자줏빛이고 물은 맑다는 뜻으로, 경치가 아름다움을 이르는 말.

*동의보감(東醫寶鑑) : 조선 시대 의관(醫官)인 허준이 선조의 명에 따라 편찬한 의서(醫書). 


  “오늘 점심은 조촐하지만 제가 쏘겠습니다. 앞으로 두 분께서 잘 좀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아니 이 의원 뭔 소린가? 오히려 부탁은 내가 해야 할 판인데…….” 

  “아무튼 잘 먹겠습니다. 그런데 두 분 모두 환경을 살리는 길이 농촌을 살리는 길이라는 건 인정을 하시는 거죠?” 

  “뭐 그렇긴 하지만 농촌에 복잡한 문제가 많다 보니 확실한 대책이 없어서…….”

  “이제 시간이 없어요. 정부가 자연환경보호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대충 관심만으로는 되는 일이 아니란 것이지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선 식사를 하신 후에 이야기는 이어가시지요.”

  “알겠습니다.”

  세 사람은 토론을 멈추고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하면서 박 의원은 역시 홍 박사가 간단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부담은 되지만, 어떤 얘기가 나올까 기대도 되었다. 홍 박사가 보기에 박 의원은 꽉 막혀서 편협하게 자기주장만 고집하는 사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가 잘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일단 어떻든 호감이 갔다. 식사가 끝난 후,

  “환경보호가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정부는 물론 국민 전체가 아직은 그렇게까지는 인식하고 있는 게 아니라서 정책을 펴기에 쉽지 않은 일이지요.” 박 의원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우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데, 자연환경보호의 가장 좋은 방법은 인간의 손길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환경 파괴는 인간이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저지른 행동의 결과이지요. 지금이라도 인간의 손길을 최소화하고 자연 그대로 두는 것입니다. 자연은 ‘내부 자정 능력’이 있어요. 자체적으로 정화하고 균형을 맞추어가죠. ‘외부 공격으로부터의 방어 능력’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능력으로 멸종하지 않고 존립해 나가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두 가지 능력이 발휘되려면 ‘생물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홍 박사가 열변을 토하며 자연보호(自然保護)에 대하여 설명해 나갔다.

  “그러니까 ‘생물 다양성’이 중요한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박 의원님! 호랑이, 늑대, 곰, 등 상위 포식자가 사라지고 여우나 황새, 따오기도 멸종되고 삵, 너구리 등도 멸종 위기이지요. 이렇게 다양성이 사라진 생태계는 균형이 깨져서 자정능력과 방어능력이 약해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위기라는 겁니다. 우리는 못 느끼지만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봅니다. ‘다양성은 종의 다양성, 유전자의 다양성, 생태계의 다양성을 통해 유지되는데’ 이것에 가장 심한 손상을 입히고 있는 것이 인간이지요.” 

  “하하하. 어디 가나 인간이 문제군요. 그런데 ‘종의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 의원이 관심이 가는지 이렇게 질문했다.

  “먹이사슬이라고 아시지요? 그 먹이사슬 어느 한 부분이 끊어지거나 약해지면 생태계는 균형이 깨지고 교란이 오는 거지요. 지금처럼 호랑이, 곰, 늑대와 같이 상위 포식자가 사라진 생태계에서는 그 아래 동물들의 개체 수가 폭증하게 되고 그것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지요. 지금 고라니나 멧돼지의 피해가 늘어나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제주도에 노루가 급증해서 폐해가 확산하고 있는 현상도 그 때문이군요.” 

  “그렇습니다. 박 의원님은 모택동의 참새와 메뚜기 이야기를 들어 보셨나요?”

  “무슨 말씀이신지?”

  “먹이사슬이 파괴되면 어떤 불행한 일이 닥치는지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인데요.”

  홍 박사는 모택동과 참새 소탕, 그리고 메뚜기의 창궐로 어떤 피해가 있었는지 이야기를 이어 갔다. 


  이야기인즉슨, 1958년 마오쩌둥이 식량 증산을 독려하기 위해 쓰촨성을 순방하던 중 참새들이 수확기의 벼를 쪼아 먹는 걸 보고 ‘저 새는 해로운 새다. 식량이 부족한데 그 귀중한 곡식을 쪼아 먹다니.’라고 말했다. 이 말 한마디에 중국은 발칵 뒤집혔다. 즉시 ‘참새 섬멸 총 지휘부’가 만들어졌고 얼치기 지식인과 행동대원이 바람을 잡았다. 국영 연구기관에서는 ‘참새 한 마리가 일 년에 곡식 2.4kg을 먹어치운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참새만 섬멸해도 70만 명분의 곡식을 더 수확할 수 있다. 라고 하며 마오쩌둥의 혜안에 찬사를 보냈다. 

  노동자와 농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빗자루 몽둥이를 들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참새 소탕 작전을 벌였다. 참새들이 많은 지역에 독극물 과자를 뿌려 놓고 총을 든 포수를 동원했다. 꽹과리를 쳐서 벼에 앉지도 못하게 하고 나무에서 쉬지도 못하게 해서 날아다니다 지쳐 떨어지게 했다. 이로 인해 죽은 참새는 무려 2억 마리에 달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참새가 전멸하다시피하자 메뚜기 등 해충이 창궐하여 농사를 망치게 되었다. 결과는 사상 초유의 대기근이 벌어졌고 1958년부터 60년까지 무려 4,000만 명이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2차 세계대전보다 훨씬 끔찍한 결과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죽은 사람의 시신을 먹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급히 소련에서 참새 20만 마리를 들여왔으나 그야말로 ‘새 발의 피’로 굶어 죽는 자는 계속 발생했고 마오쩌둥은 결국 권좌에서 밀려났다.

  “허허허,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군요. 먹이사슬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습니다.” 박 의원이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웃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세계에서는 약한 것은 자연 도태되기 마련인데 치열한 생존경쟁(生存競爭)이 없으니 ‘자정능력’ ‘방어능력’이 약해지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지요.” 홍 박사가 받아서 말했다.

  “그런 교훈도 있지만, 지도자의 즉흥적인 잘못된 의사 결정이 어떤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그에 맹종하는 수준 낮은 국민이 어떤 우를 범하는지도 잘 보여주는 사건이지.” 이번에는 이 의원이 정치 사회적인 관점에서 비판했다.

  “그렇지요. 그때 맹종했던 사람들이 10년 후 ‘홍위병’ 완장을 차고 ‘문화혁명’에 가담해서 중국 역사상 가장 암흑기 10년을 만들었지요. 그 홍위병을 앞세워서 마오쩌둥은 복권됐으나 길게 가지 못했지요.” 홍 박사가 덧붙여 말했다.  

  “그런 식으로 지도자들이 우매한 국민을 선전·선동해서 참화를 가져온 예는 너무도 많지요. 히틀러라든가, 일본의 군국주의자들, 그리고 지금도 알카에다나 IS가 그렇지요.” 박 의원이 공감하며 맞장구를 쳤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지금도 정치 지도자란 사람들이 자기의 목적을 위해 추종자들을 선전·선동해서 말도 안 되는 일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잖아.” 이 의원이 말했다.

  “그건 두 분도 경계해야 할 일 아닌가요? 호호호”

  “허허허, 그러네요.” 두 의원이 멋쩍은 듯 웃으며 수긍했다.  


  “이야기가 엉뚱한 데로 흘렀네요. 그런데, ‘유전자 다양성’이란 무엇인가요?” 박 의원이 다시 물었다.

  “‘근친교배(近親交配)’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잘 아시겠지요? 생물의 개체 수가 감소하면 근친교배가 늘어나고 그러면 유전자의 다양성도 감소하는 것이지요. 게다가 화학약품 등 생태계를 교란하는 어떤 인자가 영향을 미치면 기형이 태어나듯이 ‘유전자 변형’이 온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생태계의 다양성’이 문제가 되는 건 어떤 것이 있나요?”     

  “인간에 의한 개발이 확대됨에 따라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이 제일 큰 문제이지요. 예를 든다면 하굿둑을 막아 개펄을 없앤다던가, 댐을 막거나 하천부지(河川敷地)를 개간하여 공장을 짓는 행위로 그곳에 살던 생물이 일시에 멸종되거나 개체 수가 감소하는 경우이지요.”

  “아~ 그렇군요.”

  “우리가 지금 개발이라는 핑계로 하는 일들이 자연환경(自然環境)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걸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박사님! 나부터 환경보호(環境保護)에 앞장서지 않으면 안 되겠군요.”

  “야, 박 의원! 오늘 환경보호(環境保護)에 대하여 제대로 배웠네!” 

  “그러게, 역시 전문가는 다르단 말이야. 홍 박사님, 열정에 감복했습니다!”

  “호호호, 과찬의 말씀을.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립니다.”

  홍보경 박사가 자연환경 보존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으로 열변을 토하자 박 의원과 이 의원은 그녀의 열정에 감명 받고 입법 활동으로 자연보호(自然保護)에 어떻게 이바지할 것인가 사명감을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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